부산상공회의소 양재생 회장이 집무실에 걸린 세계지도 앞에서 HMM 부산 이전과 해양수도권 부산의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정부의 통 큰 결단으로 해양수산부가 부산에 왔고, 부산 상공계의 염원으로 국내 최대 해운사 HMM도 부산으로 이전했습니다. 부산이 글로벌 해양수도로 도약하기 위한 여건이 갖춰졌습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잘 준비해야 합니다.”
부산상공회의소 정문 옆 외벽에는 최근까지 HMM 부산 이전을 환영하는 대형 현수막이 석 달 이상 걸려있었다. 부산상의는 2024년 3월 양재생 회장 취임과 함께 HMM 본사 이전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고 정부와 정치권에 당위성과 필요성을 끈질기게 설명했다. 대선 공약을 거쳐 국정 과제가 되고, 지난 5월 부산 이전이 최종 확정되기까지 부산상의의 역할이 컸던 만큼 양 회장의 감격도 각별했다.
지난 21일 부산상공회의소 집무실에서 만난 양 회장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했다. “51년째 물류업에 몸담고 있다 보니 배는 부산항으로 들어오는데, 정작 중요한 판단은 서울에서 내려지는 게 답답했습니다. 현장과 의사 결정이 떨어져있으면 기업도, 산업도 느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HMM으로 물꼬를 텄으니 해운기업들이 잇따라 부산에 자리 잡으면 파급 효과는 더 커질 것입니다.”
HMM 이전의 후속 과제로는 직원들의 정주 지원, 핵심 조직과 권한의 동반 이전이 꼽힌다. 가장 중요한 건 지역 산업 생태계의 동반 육성이다. 지난 13일에는 해수부, 부산·울산·경남의 지방정부와 상공회의소가 해양수도권 조성과 투자 유치를 위해 협약도 맺었다. “부산에 선사가 모이면 동남권의 조선업과 기자재산업이 함께 움직입니다. 큰 판을 만들어야 더 많은 기업과 투자를 끌어올 수 있습니다.”
양 회장 임기 내내 부산 경제는 미국의 관세 정책과 중동 전쟁, 그로 인한 고물가·고환율·고금리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그는 취임 당시 ‘기업이 찾아오는 상의가 아니라 기업을 찾아가는 상의’를 약속하고, 매달 직접 기업 현장을 방문했다. 원스톱기업지원센터를 부산시청에서 부산상의로 옮겨 인력을 배로 늘리고, 전국 최초로 시 공무원이 상의에서 상근하는 기업정책협력관 제도도 만들었다.
“부산은 전통 제조업과 수출 의존도가 높아 외부 충격에 더 크게 흔들립니다. 당장의 유동성 지원과 함께 산업 체질 개선이 필요합니다.” 비수도권 최초로 개소한 사업재편 지원센터도 부산상의의 역점 과제다. 첫해 9개사가 산업통상부 승인을 받았고, 올해는 10개사 이상이 목표다. 이를 통해 특수볼트 기업이 소형모듈원전(SMR) 부품에 도전하는 것과 같은 영역 확장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양 회장은 부산만큼 기업 입지 경쟁력이 높은 도시는 없다고 확신한다. 교역 의존도가 높은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 2위의 환적항인 부산항은 물류 비용과 시간을 압도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핵심 인프라다. “그런데도 첨단산업이나 대기업이 적어서 청년들이 부산을 떠나간다고 하니 안타깝지요. HMM 이전은 이런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해양수도권 부산’의 비전을 완성하는 마지막 조각으로는 가덕신공항과 전기요금 차등제, 그리고 먹는 물 문제를 들었다. 가덕신공항이 지역 건설업계의 공사비 부담 문제를 해결해 차질 없이 개항하고, 전력 생산에 대한 지역 기여를 정당하게 반영하는 전기요금 차등제가 시행될 때 기존 부산 기업들이 더 단단해질 수 있고, 더 많은 새로운 기업들이 부산으로 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 문제 또한 시민의 생존 문제인 동시에 기업과 일자리의 문제다. “부산상의가 꾸준히 노력한 끝에 국정 과제가 되고 관련 예산이 처음 반영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물 문제는 지자체끼리 알아서 해결하라고 둘 것이 아니라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합니다.”
양 회장은 3년 임기 중 이제 반 년을 남겨놓고 있다. 그는 “부산상의는 HMM이 부산에 제대로 뿌리내리고 지역경제와 함께 성장할 때까지, 부산이 맞이한 기회가 흐지부지되지 않고 확실한 궤도에 오를 때까지 끝까지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