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낀 세대’ 중장년, 지원 대상엔 못 낀다

입력 : 2026-08-24 18:29:22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청년과 노년층 사이 ‘40~64세’
부모·자녀 돌봄 부담 증가 시기
소득은 점차 줄며 경제난 직면
각종 지원책은 청년·노인 위주
은퇴·재취업 불안에 ‘복합 위기’
소득 낮을수록 고립감 심해져

“장모와 모친을 부양하고 있는데 둘 다 수급자도, 차상위도 아니에요. 병원비에 생활비까지 지원합니다. 우리 부부는 버는 돈의 3분의 1 수준으로 살아야 하는 겁니다.”

중장년층이 경제적 부담과 돌봄 부담, 사회적 고립을 동시에 떠안고 있지만 정책 지원에서는 청년과 노년층 사이에 낀 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부산연구원은 최근 만 40~64세 부산의 중장년 시민 1045명을 대상으로 ‘중장년 복지 사각지대 실태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

■고립과 돌봄 부담으로 ‘휘청’

실태조사 결과 중장년 응답자의 22.0%가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모임이나 활동이 전혀 없다’고 답했고, 심지어 6.3%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사적으로 연락하는 사람조차 없다’고 응답했다.

중장년층의 사회적 관계와 고립감은 소득 수준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득이 낮을수록 사회적 관계망이 좁고 고립감이 심했다. 남성이 여성보다 사회적 고립 정도가 높았다.

이들 중장년 응답자의 35%는 최근 1년 이내 경험한 위기로는 ‘소득 감소’를 꼽았다. 경제적인 문제로 시작된 위기는 쉽사리 해소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다음 문제로 이어졌다.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위기를 묻는 질문(복수 가능)에 89.4%가 ‘가족관계 변화’를 꼽은 이유다.

다시 말해,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한 중장년의 일상은 정신적인 충격과 가족관계 불화까지 장기간 피해가 확산되는 구조라는 의미다. 게다가 부모와 자녀를 책임지는 ‘돌봄’마저 세대 전체를 짓누르고 있다. 청년층과 노년층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징적인 위기 요인이다. 응답자 A 씨는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 되셨는데, 형제들이 있지만 내가 혼자 살다보니 돌봄은 내 몫이 된다”고 호소했다.

부산 중장년이 답한 주된 돌봄 대상은 부모(배우자의 부모 포함)가 24.2%로 가장 많았고, 자녀가 23.7%로 뒤를 이었다. 부모와 자녀를 동시에 돌보는 경우도 6.4%에 달했다.

■경제활동 이유로 정책에서도 소외

조사를 진행한 부산연구원 최윤정 연구위원은 중장년이 이른바 ‘끼인 세대’로 전락했음에도 정책 지원은 충분하지 못하다고 분석했다.

생계비나 임대료 단기 지원이나 재취업 상담 등 복지 서비스가 있음에도 실태조사 응답자의 서비스 미이용률은 39.7%에 달했다. 도움이 필요하지만 제도와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더 안타까운 부분은 정책 지원을 받지 못한 이유로는 ‘지원 자격이 되지 않아서(31.5%)’를 꼽았다는 점이다. ‘내가 대상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해서’라고 답한 이도 25.9%를 차지했다. 신청 절차를 모르거나 정보를 접하지 못한 게 아니다. 정책 자체가 중장년층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청년과 노인을 대상으로 한 각종 주거·일자리·돌봄 정책은 확대되고 있지만, 40~60대는 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소외당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실제 인터뷰 참가자 C 씨는 “청년 일자리는 굉장히 신경 쓰고, 노년 일자리도 신경 쓰는데, 40~55세 사이가 딱히 뭐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부산연구원은 중장년층의 정책 소외는 청년·노년층과 비교하면 더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부모 부양과 자녀 지원을 동시에 떠안고 있는 데다 은퇴와 건강 악화, 재취업 불안까지 겹치면서 다른 어느 세대보다 복합적인 위기에 노출돼 있다는 분석이다.

최 연구위원은 “부산시는 ‘끼인세대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등 타 시도에 비하면 중장년 지원을 선도적으로 추진했지만, 이들의 다양한 특성과 정책 사각지대를 면밀히 반영해 한번 더 지원 체계를 고도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