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1개도 없어요” 부산도 전월세 실종 쇼크

입력 : 2026-08-30 2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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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세대 아파트 중형 전월세 '0'
해운대 등 매물 실종 단지 속출
주택도 물건 없어서 거래 못 해
지방도 세제개편 거센 후폭풍
부울경 5년 만에 최악 전세난
갈 곳 없는 세입자들 ‘발동동’

부산 수영구 금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수영구와 해운대구의 도심 모습. 대형 아파트 단지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부산일보DB 부산 수영구 금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수영구와 해운대구의 도심 모습. 대형 아파트 단지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부산일보DB

“이 아파트 입주 때부터 20년간 부동산을 하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에요. 34평, 40평 합쳐 2100세대 정도에 전세 매물이 하나도 없어요. 말 그대로 씨가 말랐어요. 내년 2월에 이사할 집을 지금부터 찾는 사람도 있는데, 그마저도 없어요.”

지난 28일, 학군지로 인기가 높아 전월세 거래가 활발했던 부산 해운대구 센텀파크 아파트는 ‘매물 실종’ 상태였다. 전체 3700세대로 넓혀도 50·69평 대형 평수에서 7건뿐인데, 이마저도 대출이 힘드니 거래가 쉽지 않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부동산 규제가 대통령 말 한마디에 바뀌고,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규제가 쏟아지다 보니 다주택자나 비거주 1주택자들이 공포감을 느끼고 집을 내놓아 전월세 매물이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을 비롯한 동남권 전역에서 공급 부족으로 인한 전월세 대란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가 비거주 주택 소유자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강화 방침을 밝히면서 이들이 임대 시장에 내놓는 전월세 물건들이 사라진 탓이다. 전월세 품귀가 일어나면 자연히 가격이 뛸 수밖에 없고 서민,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 30일 KB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부산의 전세수급지수는 171.57, 지난달은 173.59를 기록했다. 2021년 6월 175.57로 최고치를 찍은 이후 5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넘어 커질수록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것을 의미한다. 특히 170~180 정도가 되면 전세대란에 가까운 상황으로 풀이된다.

이달 울산은 이보다 훨씬 높은 188.18인데, 서울의 전세수급지수 179.22보다도 높다. 경남도 176.52로 지난달보다 더 높아졌다. 월세도 사정은 비슷하다.

전월세 대란은 특정 지역이나 유형의 문제만은 아니다. 부산 연제구 연산동 한 공인중개사는 “과거에는 아파트, 빌라 등에 밀려 세입자들이 선호하지 않던 주택에 딸린 전월세 매물조차 지금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나오는 족족 나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정부의 규제 강화로 집주인들이 전월세 물건을 거둬들이기 때문에 빚어졌다고 본다. 집주인들이 매매를 위해 전월세를 놓지 않으니 전월세 물건은 사라지고, 주택 시장이 위축된 데다 대출도 힘드니 매매도 이뤄지지 않는다. 결국 비어 있는 집은 천지인데, 빌려 들어갈 집은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서울의 경우 주택 공급 물량이 부족해 전세가 모자라는 상황이라면, 부산은 비어있는 집은 가득한데 전세 매물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앞으로 가을 이사철이 오면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내집 마련을 위한 주거 사다리의 중간층인 전세가 사라지는 데 대한 서민, 청년층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부모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처음부터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고 전세 대출을 받아 조금씩 갚으며 내집 마련을 위한 목돈을 만드는 것 아니냐”면서 “주거 사다리를 걷어차이는 것과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매수 심리도, 각종 규제와 금리도 최악인 상황에서 서민들에게 집을 사도록 강요하는 형태가 된 데 대한 비판도 나온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박상만 부산시회장은 “지방의 다주택자들이 중저가 주택을 전월세 매물로 내놓는데 현재 이 순환이 꽉 막혀버린 상황”이라면서 “결국 서민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집을 사야 하면 기형적인 매매가 상승과 추후 급락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다주택자 비율은 4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집합건물 다소유지수는 16.059%로, 2021년 12월 16.128%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