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오션플랜트, 결국 사모펀드가 품는다…고성군 ‘특구 취소’ 으름장

입력 : 2026-09-01 15:11:59 수정 : 2026-09-01 16:5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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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업 SK에코플랜트 지분 전부
디오션자산운용에 4100억 매각

SK오션플랜트가 제작한 세계 최대 규모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대만 하이롱(Hai-Long) 프로젝트에 공급된 이 구조물은 현재까지 대만 해상풍력단지에 설치된 하부구조물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높이는 아파트 약 30층 규모인 94m, 무게는 A380 항공기 약 8배인 2200t에 달한다. 상부에 14MW급 해상풍력 터빈을 설치할 수 있다. 부산일보DB SK오션플랜트가 제작한 세계 최대 규모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대만 하이롱(Hai-Long) 프로젝트에 공급된 이 구조물은 현재까지 대만 해상풍력단지에 설치된 하부구조물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높이는 아파트 약 30층 규모인 94m, 무게는 A380 항공기 약 8배인 2200t에 달한다. 상부에 14MW급 해상풍력 터빈을 설치할 수 있다. 부산일보DB

경남 고성군에 사업장을 둔 해상풍력·조선 전문 기업 SK오션플랜트가 지역 사회 거센 반발에도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새 주인으로 맞게 됐다. 대기업 이탈로 인한 허탈감과 사모펀드에 대한 반감 탓에 줄곧 백지화를 요구해 온 고성군이 ‘기회발전특구 취소’ 카드까지 꺼내 들며 강경 대응을 예고해 매각 절차 완료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디오션자산운용은 지난달 31일 SK오션플랜트 최대주주인 SK에코플랜트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SK에코플랜트가 보유한 주식 2225만 6969주, 보통주 기준 35.62% 전부를 4100억 원에 매수하는 조건이다.

디오션은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의 측근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신생 사모펀드다. 지난해 9월 오성첨단소재, 노앤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꾸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최근까지 협상을 벌여왔다. 오성첨단소재는 디스플레이용 소재 전문 기업이다. 한때 태광산업과 함께 케이조선 인수 컨소시엄 투자사로 거론되다 케이조선 매각이 무산되면서 SK오션플랜트 인수전에 참여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 지역 사회가 강하게 저항하면서 협상이 지지부진했고, 1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던 노앤파트너스마저 발을 빼면서 매각 무산설까지 불거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양측은 6차례에 걸쳐 기한을 연장하며 협상을 이어왔다. 디오션은 연내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고 최대주주 지위를 꿰찬다는 목표다.

SK오션플랜트 사업장이 있는 고성 동해면 주민들로 구성된 동해면발전위원회는 ‘SK 매각 반대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매각 저지에 나섰다. 부산일보DB SK오션플랜트 사업장이 있는 고성 동해면 주민들로 구성된 동해면발전위원회는 ‘SK 매각 반대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매각 저지에 나섰다. 부산일보DB

디오션은 SPA 체결 발표와 동시에 보도자료를 내고 ‘고성 3야드를 확장해 SK오션플랜트를 해상풍력·조선 핵심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또 지역 인재 우선 채용, 조선기술 아카데미 등 직업훈련 프로그램 운영, 지역 협력업체 우선 거래 등 다양한 지역 상생 프로그램을 고성군과 구체화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 같은 행보는 그동안 지역 사회가 제기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SK오션플랜트는 SK그룹 계열사인 SK에코플랜트가 2022년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옛 삼강엠앤티를 인수해 사명을 바꾼 자회사다.

지금은 해상풍력, 조선, 플랜트, 방산을 아우르며 720여 명을 직고용하는 고성군 내 가장 큰 사업장으로 성장했다. 협력업체 직원 수도 30여 업체, 2000여 명에 이른다. 2024년에는 양촌·용정일반산업단지에 1조 1530억 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생산기지를 건설한다는 청사진으로 ‘경남 1호 기회발전특구’ 지정까지 받아냈다. 지금까지 5000억 원 상당을 투자해 공정률 60%를 넘겼다. 상부시설을 포함한 준공 목표는 내년 말이다. 그런데 SK그룹이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에 집중하는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재조정)에 나서면서 매각 대상에 올랐다.

하학열 고성군수는 취임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SK오션플랜트 매각 추진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고성군 제공 하학열 고성군수는 취임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SK오션플랜트 매각 추진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고성군 제공

뒤늦게 이를 인지한 지역 사회는 발끈했다. 분노한 시민 사회는 범군민대책위를 꾸리고 매각 저지에 나섰고 지자체와 상공계는 물론 여야 정치권까지 한목소리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선 9기 출점 직후 기자회견을 자청한 하학열 고성군수 역시 사모펀드 매수 불가 입장을 재확인하며 △매각 추진 전면 재검토 △1조 원 투자계획 차질 없는 이행 △3600명 고용 창출 및 유지 △지역인재 우선채용 등을 요구했다.

이번 SPA 체결 발표에 대해서도 즉각 입장문을 내고 “지역 사회에 대한 실질적인 상생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매각이 결정된 것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애초 약속한 투자와 고용이 이행되지 않고 지역과 상생마저 외면한다면 기회발전특구 지정 해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특구 사업 시행자 변경 승인 권한이 지자체에 있는 만큼 매각으로 인해 최대주주가 바뀌면 변경 승인을 거부하거나 특구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는 게 고성군 설명이다.

경남도도 거들고 나섰다. 경남도 관계자는 “당장은 대규모 투자계획 진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 사회가 우려하는 투자 공백, 고용 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계속 점검하고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 최환석 기자 ch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