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와 함께 앉게 되었네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아이와 동행하게 되었네
아이와의 인연으로
내 인생이 길어지자
나는 무상으로 어려지네
버스가 조금만 덜컹거려도 미안한 마음 일고
따갑게 창문 통과하는 햇살 밉다가
길가에 핀 환한 코스모스 고마워지네
아이가 나보다 선한 나를
내 맘에 낳아주네
나는 염치도 없이 순산이라네
-시집 〈물빛인쇄소〉 (2026) 중에서
우리의 손가락이 열 개인 것은 어머니 뱃속에서 몇 달 은혜 입나 기억하려는 태아의 노력 때문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함민복 시인의 성선설이란 시입니다. 사람의 본성이 선한가, 악한가 묻곤 하는데 이 시들이야말로 사람은 선하다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인은 감정이 메말라 가는 것을 느낄 때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자신을 돌아봤다는 말을 한 적 있습니다. 아이들의 정직한 울음이 부럽다고 했습니다. 생명들은 함께 동행하면서 서로를 위로해 줍니다.
인간에 대해 애정을 쏟게 하고, 인간의 좋은 점을 찾아주고, 인간이 아름다운 존재임을 알게 해줍니다. 사람의 선한 본성을 강조한 이 작품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생명과의 동행에서도 드러납니다. 시 한 편이 우릴 선하게 만들어 줍니다. 신정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