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컨테이너 선수촌

입력 : 2026-09-20 18: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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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열린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는 선수촌 논란이 부쩍 잦아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가이드라인은 뒀지만 규정이 세세하지 않아 벌어지는 일로 보인다. 때문에 선수촌 운영은 경제 상황이나 개최국 의지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2021년 도쿄 올림픽과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선 골판지 침대가 논란을 불렀다. 골판지 침대는 친환경 올림픽을 표방한 도쿄 올림픽 때 처음 제공됐다. 하지만 내구성이 떨어지고 매트리스가 단단하다는 불만이 속출했다. 이스라엘 선수단이 침대에 차례로 올라가다 무너지는 영상을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파리 올림픽도 저탄소 올림픽을 내세우며 ‘노 에어컨’을 선언했다. 하지만 대회 기간 폭염이 닥치면서 선수들이 사비로 객실에 에어컨을 설치하거나 선수촌을 이탈하는 일도 있었다. 뜻은 좋았지만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못한 대회였다.

시설이 논란이 된 적도 여러 차례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선수촌은 개막 직전까지 공사가 계속됐다. 개막 후 객실 변기가 막히고 가스가 새는 등 소동이 속출했다. 보안도 취약해 호주 선수단이 유니폼과 노트북을 도난당하기도 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선수촌 객실에선 녹물이 흘러나와 선수들이 샤워나 세안을 못 하는 일도 있었다.

물론 빼어난 선수촌 준비로 극찬을 받은 대회도 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역대 올림픽 중 가장 훌륭하고 선수 친화적인 선수촌”이라고 극찬한 대회다. 신축 아파트 단지를 선수촌으로 활용해 객실 환경과 난방, 방음이 최고 수준이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은 추후 임대·분양주택 전환을 염두에 두고 선수촌을 꾸몄는데 넓은 녹지에 최첨단 체력단련실, 의료센터, 영화관도 제공됐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대회 전부터 최악 선수촌 리스트에 오른 모양새다. 조직위원회가 예산 절감을 이유로 선수촌 건립 대신 시내 호텔, 크루즈선, 컨테이너 숙소를 마련한 일이 문제로 떠올랐다. 이 중 컨테이너 숙소에서 누수, 열악한 방음, 화장실 부족 등 논란이 터졌다. “선수촌이 아니라 난민촌 같다”는 평가도 나온다. 크루즈선 선수촌 입촌식 때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등장, 우리 대표팀을 자극했다. 안정적 대회 운영을 고민하는 것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평화와 화합을 도모한다는 국제대회 개최 취지도 잘 살릴 일이다.

김영한 논설위원 kim01@

김영한 논설위원 kim0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