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뒤카. 위키미디어
영화에는 ‘미키 마우싱’이라는 단어가 있다. 영상의 동작과 음악이 정확히 매칭되는 것을 말하는데, 디즈니가 1929년부터 시작한 ‘실리 심포니’ 시리즈가 그 원형을 보여주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생겼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를 몰아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걸작이 바로 1940년에 나온 ‘판타지아’였다.
영화의 첫 곡은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D단조 BWV 565’였다. 이어서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 중 춤곡, 스트라빈스키의 명작 ‘봄의 제전’,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 무소륵스키의 ‘민둥산의 하룻밤’ 같은 작품에 독특한 상상력의 세계를 심어 우리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이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은 미키마우스가 등장한 뒤카의 작품 ‘마법사의 제자’(L‘Apprenti sorcier)였다.
스승 마법사가 자리를 비우자 미키마우스는 스승에게 배운 마법 주문을 외운다. 그러자 빗자루에 발이 생겨 물을 나르기 시작한다. 바순이 둔탁하고 익살스러운 빗자루의 주제 선율을 연주한다. 그런데 통제 불능 상태가 되어 물이 넘치자 당황한 제자는 도끼로 빗자루를 쪼개버리지만, 그럴수록 빗자루는 배로 늘어나 집안이 물에 잠긴다. 금관악기와 타악기가 가세해 극적인 혼돈을 연출해 낸다. 음악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스승 마법사가 돌아와 호통을 치며 단번에 마법을 해제하면서 이 소동이 끝난다. 이 짧은 애니메이션이 준 음악적 효과는 대단했다. 특히 마법사의 옷을 입고 별을 쏘아 올리는 미키마우스의 모습은 한 시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폴 뒤카(Paul Dukas)는 1865년 10월 1일 파리에서 태어났다. 1888년 칸타타 ‘벨레다’로 로마 대상 2위에 입상한 후 음악 비평가로 두각을 나타냈으며, 파리 음악원과 에콜 노르말 음악원에서는 명강사로도 소문이 나 있었다. 그의 이름을 한순간에 알린 작품은 1897년 작, ‘괴테의 발라드에 의한 교향적 스케르초’라는 부제가 붙은 관현악곡 ‘마법사의 제자’였다.
괴테의 시와 뒤카의 음악이 결합한 이 명작은 단순히 어린아이들의 동화적 판타지에 그치지 않는다. 스승의 마법을 어설프게 흉내 내다가 통제력을 잃고 재앙을 부르는 모습은, 기술의 힘을 제어하지 못해 혼돈에 빠진 인간의 오만을 비유하는 탁월한 음악적 알레고리이기도 하다.
이 곡으로 뒤카는 자신의 완벽한 관현악적 기법을 과시했다. 동시대의 작곡가 댕디는 뒤카를 “바그너 이후 최고의 극장 음악 전문가”라고 극찬했다.
뒤카-마법사의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