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오페라하우스 라 스칼라 공연 취소, 숙제 남겼다

입력 : 2026-10-15 05: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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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공론화 거쳐 ‘퐁피두’ ‘라 스칼라’ 취소
논란 접고 ‘아시아 대표 제작극장’ 고민해야

부산오페라하우스 현장 투어.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오페라하우스 현장 투어. 정대현 기자 jhyun@

출발점부터 격렬한 논란과 갈등을 불렀던 퐁피두센터 부산분관 건립 사업과 부산오페라하우스 라 스칼라극장 초청 공연에 대해 ‘추진하지 않는다’는 부산시 결론이 나왔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14일 “퐁피두 분관 건립을 중단하고, 라 스칼라 초청 공연도 추진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퐁피두 사업은 이기대 자연환경 보존, 계약상 부산 권리와 공공성 확보 부족, 장기 재정 부담 불확실성, 지역 예술계와의 공감대·동반성장 부족 등을 중단 이유로 들었다. 라 스칼라 공연 취소는 시 재정 부담, 부산에 남길 성과 불확실, 공연장 완성도 우려 등을 감안한 결정이라는 설명이 따랐다. 부산 문화 정책이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는 전 시장 권한이자 책임인 만큼 결론을 존중한다.

이번 결론은 공론화 과정을 통해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했다. 전 시장은 취임 첫날 “백지화해야 할 사업이 있더라도 시민 참여와 이해관계자, 공직자들 의견을 충분히 듣고 투명한 절차를 거치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퐁피두 사업은 시 외부 인사로 꾸린 정책점검단에 숙의를 맡겼다. 라 스칼라 공연은 운영자문단 회의, 시민토론회,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이어 문화협력위원회 심의와 타운홀미팅을 열어 여론을 청취한 뒤 결론에 이르렀다. 그 과정이 3개월여 걸렸는데 비교적 빠른 판단이다. 물론 적지 않은 시민이 아쉬움을 느끼고, 벌써 반발도 나온다. 하지만 추가 논란은 부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는 두 사업을 접는 대신 지역에 집중, 예술인 역량을 고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역 예술인들과 시민단체들이 요구한 방향이다. 시립미술관과 현대미술관의 전시, 연구, 소장 역량을 높이고 해외 교류를 확대하는 등 부산의 전시 역량을 키우기로 했다. 2030년을 목표로 북항에 복합문화전시공간을 짓는다는 계획도 내놨다. 오페라하우스의 경우 올해 완공 후 내년엔 운영과 서비스 안정에 주력하기로 했다. 정식 개관을 2028년으로 미뤄 그 사이 준비를 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개관 페스티벌은 지역 문화예술인들에게 맡기고, 시는 제작시스템을 구축하고 예술 역량을 키우는 지원에 힘을 쏟기로 했다.

퐁피두 사업은 계약 성사 전 단계인 만큼 취소로 끝날 일이다. 문제는 오페라하우스다. 개관 공연을 놓고 소모전이 길었는데 이제는 오페라하우스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 이번 결론이 옳음을 증명하는 길도 오페라하우스 안착 여부다. 전 시장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오페라 제작극장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부산만의 문화 정체성을 새롭게 하는 전환점으로 만들어내길 기대한다. 관건은 시간과 예산, 역량이다. 유수의 오페라하우스가 신작을 올리는 데 수십억 원이 든다. 시 재정과 지역 역량으로 감당할지 아직 의문이다. 서둘러 국내외 극장과의 합동 제작, 단계적 역량 강화 등 대책을 세우는 한편 장기적으로 지역 예술계 저변을 넓힐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