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부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검찰은 존재하던 수십 년 동안 늘 뉴스의 중심에 서 있던 조직이었다. 검찰의 한자 표기 ‘檢察’에는 칼과 관련한 표기가 전혀 없음에도 ‘검’자를 ‘칼 검’자로 새기면서 검사를 칼잡이로 묘사할 정도였으니 그 조직의 업무가 뉴스거리가 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런 검찰 관련 뉴스는 형사사건 일색이어서 대부분 살기등등한 내용이었으나 때때로 훈훈한 뉴스도 보도가 됐다.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사들이 범죄 피해자들과 함께 김장 봉사를 했다는 등의 내용이 대표적이다. 검찰뿐만이 아니라 전국의 모든 조직들이 김장을 통해 훈훈한 소식의 주인공이 되려 하는 건 한국적 전통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검찰 내부적으로는 김치를 담그는 봉사 활동에 등장하는 김장과 다른 의미의 김장이 존재했다. 일종의 은어로서 검사들이 즐겨 사용하던 김장은 인사철을 앞둔 사건 처리를 의미했다. 다음 수사팀이 꾸려지면 곧바로 사건 수사가 이어지도록, 혹은 공소에 차질이 없도록 사건을 김장 담그듯이 차곡차곡 재어 가지런히 정리해 놓는 방식이었기에 김장이라 불렸다.
전국을 떠돌며 자리를 옮겨다녀야 했던 검사들은 새로운 지역에 배치될 때마다 한동안 해당 지역 기존 사건 파악에 몰두해야 할 정도로 경착륙이 일상이었다. 검찰의 경착륙은 검사 개인으로서도 고된 일이었지만 형사소송의 공백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보니 검찰은 김장을 통해 연착륙을 꾀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검찰 출입 기자들은 인사철을 앞둔 시점에 검찰발 사건이 너무 없어 “휴가라도 가야 할 판”이라며 푸념하기도 했다.
그러던 검찰 조직이 사라지고 공소청으로 바뀐 뒤 김장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졌다. 공소청은 한시적으로 개청 이후 90일 동안 기존 검찰 시절 사건에 대해 수사를 할 수 있으나 수사 동력 저하로 사건 처리 지연이 우려된다는 소식이다. 사건의 혼선을 줄이고 수사를 인계받는 기관의 연착륙을 돕기 위한 절차가 법적으로 마련됐으나 효과를 장담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차곡차곡 잘 익은 김장이 아니라 마구 절여진 겉절이 상태로 사건이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김장이든 겉절이든 제대로 맛을 낼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그래도 사건 처리의 경착륙은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형사소송 체계 급변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조마조마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