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표준사업장 레터하우스에서 직원들이 개점 준비를 하고 있다. (주)레터스 제공
“대표님, 오늘은 뭐 만들어요?”
출근해 근무복으로 갈아입은 한 직원이 자주 건네는 말이다. 우리 회사에 입사한 지 어느덧 1년이 됐다.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데 큰 부담이 없는 직원이지만, 말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일하는 모습이다. 근무 시간이 되면 누구보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맡은 일을 시작한다.
장애인인 그가 일하는 곳은 부산 동구에 본사를 둔 한 중소기업이 100%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음료와 음식을 만들고 선물세트를 제작한다. 장애인 직원 11명과 비장애인 직원 6명이 함께 일한다.
처음부터 장애인 고용에 특별한 뜻을 품었던 것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반대에 가까웠다. 장애인에게 적합한 직무를 찾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계속 곁에서 도와야 하고 기존 직원들의 업무도 늘어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의무고용제도가 있으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면서도 경영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적은 방법을 찾고 싶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그것은 편견이었다.
장애인표준사업장을 만들게 된 출발점은 거창한 사회공헌 계획이 아니었다. 모회사 직원들이 제대로 밥을 먹을 공간이 필요했다. 업무가 늘면서 식사를 거르거나 과자로 끼니를 대신하는 직원들이 많았고,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주변 식당도 줄어들었다. 마침 장애인 의무고용을 충분히 이행하지 못해 부담금도 내고 있었다. 두 고민을 한 공간에서 해결해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음료와 간단한 식사를 준비하는 일이 전부였다. 그런데 함께 일해 보니 예상보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았다. 손이 빠른 직원, 반복되는 일을 꼼꼼하게 해내는 직원,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익혀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직원이 있었다. 음료와 식사에서 시작한 업무는 쿠키와 선물세트 제작·포장으로 넓어졌다. 사람에 맞춘 사업모델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 함께 일하면서 각자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범위를 넓힌 것이다.
가장 크게 변한 사람은 장애인 직원들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장애인을 고용하기 전에는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를 먼저 생각했다. 함께 일한 뒤에는 질문이 달라졌다. ‘어떻게 함께 일할 수 있을까.’ 그리고 ‘조금 더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를 묻게 됐다.
장애인 고용은 기회를 만드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장애인 고용을 기업이 이행해야 할 의무로만 바라보면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기업에 ‘고용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기업이 ‘계속 고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어떤 직무를 만들 것인지, 근로자의 특성에 맞는 역할은 무엇인지, 교육과 적응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기업과 공공기관, 교육·복지기관이 각자의 역할을 나누고 연결할 필요가 있다.
우리 매장은 ‘장애인이 일하는 사업장’이라는 문구를 크게 내세우지 않았다. 장애를 숨기자는 뜻이 아니다. 장애인을 특별한 장소에서 만나는 사회보다 생활공간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함께 일하는 사회가 더 건강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특별한 세상이 아니라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동료를 만나고, 맡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이다.
장애인표준사업장을 운영한다고 해서 장애인 고용의 전문가가 된 것은 아니다. 지금도 매일 무엇이 맞는지 고민한다. 다만 분명히 달라진 것은 있다. 예전에는 장애인이 무엇을 못하는지를 먼저 보았다. 이제는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무엇을 도와주면 되는지를 먼저 보고 기다린다. 그리고 그 기다림 끝에 “제가 할게요”, “저도 할 수 있어요”라는 말을 듣는다.
정부는 정부가 잘하는 일을 하고, 기업은 기업이 잘하는 일을 하면 된다. 가족은 가까운 곳에서 가능성을 믿어주고, 지역사회는 자연스럽게 함께 살아갈 공간을 만들면 된다. 모두가 모든 일을 잘할 필요는 없다. 각자가 잘하는 것을 찾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연결하면 된다. 장애인 고용 문제도 거창하게 풀려고 하기보다 각 영역들이 잘하는 것을 함으로써 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자리가 아니라 누구나 자신의 일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평범한 자리, 그것을 함께 만들어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