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후 일본 후쿠오카현 후쿠오카 나카강변의 덴진 중앙공원 광장에서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처음 후쿠오카로 이사 왔을 때만 해도 이곳은 그냥 공터였다. 강변이라곤 하지만 딱히 올 이유가 없었다.”
지난 7일 오후 2시 일본 후쿠오카시 나카강변 스이조 공원. 공원 안 ‘십스 가든’ 옥상에서 책을 읽던 나카야마 후다(29) 씨가 10년 전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는 “물도 깨끗해 지금은 쉬는 날이면 이곳에 와서 여유를 즐긴다”며 “후쿠오카는 시민에게 열린 수변 공간이 잘 정비돼 좋다”고 전했다.
십스 가든은 2016년 7월 후쿠오카시가 스이조 공원을 새로 단장하면서 들어선 2층짜리 상업 시설이다. 식당이 입점해 있지만, 옥상은 목재 덱으로 꾸며 누구나 쓸 수 있게 개방했다.
■도심 한가운데 흐르는 강
나카강은 후쿠오카 도심의 두 중심인 덴진과 하카타 사이를 흐른다. 부산 동천이 서면과 문현금융단지를 지나 북항으로 향하듯 번화가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강이다.
오후 3시 옛 시청 자리에 들어선 덴진 중앙공원 하레노 가든. 강변 식당은 창을 모두 강 쪽으로 냈다. 광장에 자리한 유명 카페에는 계단형 스탠드가 설치된 옥상이 개방돼 평일 오후인데도 강을 바라보며 쉬는 시민과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나카강 유람선 업체 직원은 “경관 조명과 친수 공간이 조성된 뒤로 손님이 크게 늘었다”며 “특히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 비율이 20% 이상 높아졌다”고 전했다. 남쪽 세이류 공원에도 강을 따라 카페와 맥주 가게, 벤치와 테이블이 늘어서 있었다. 근처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오야마 유다이(19) 씨는 “강과 풍경이 아름답고 꽃과 나무도 있어 쉬는 시간마다 찾는다”고 말했다.
오후 4시 나카스와 하루요시를 잇는 다리 하루요시바시 옆 교상 광장에선 푸드트럭 7대가 손님을 맞고 있었다. 2022년 노후한 하루요시바시 교체 공사를 마친 뒤 앞서 설치했던 임시 우회교를 철거하지 않고 보행자 중심의 광장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다코야키를 파는 쓰네마쓰 도시유키(38) 씨는 “손님 80%가 관광객인데, 야경이 좋아 캐널시티로 가는 사람들이 많이 들른다”며 “밤 9시부터 손님이 몰리는데 11시면 문을 닫아야 해 아쉬울 정도”라고 말했다.
■수질 개선에도 찾는 이는 없어
나카강도 한때 오염이 심각한 도심 하천이었다. 1970년대 스미요시바시 지점의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은 연평균 10mg/L을 넘어 환경기준(3mg/L)을 크게 웃돌았다. 생활하수와 공장 폐수가 흘러든 탓이다.
후쿠오카시는 하수도 정비와 사업장 배수 규제에 나서 1976년 34.5%였던 하수도 보급률을 1990년 87.3%로 끌어올렸다. 2000년대 들어 세 측정 지점 모두 연평균 BOD가 2mg/L을 밑돌았다. 지금 하수도 보급률은 99.7%다.
하지만 맑아진 강이 곧바로 시민이 머무는 공간이 되지는 않았다. 스이조 공원도 2016년 전까지 기념물 하나만 놓인 콘크리트 광장이었다. 물가에 앉아 쉬거나 강을 바라볼 자리가 마땅치 않아 발길이 드물었다.
■공원과 강 하나로 묶어 개발
변화는 도시 계획 차원에서 이뤄진 나카강 정비에서 시작됐다. 후쿠오카시는 도시 계획 마스터플랜에서 나카강을 도심의 ‘하천 축’으로 지정했다. 이를 실행하는 사업이 2016년부터 추진 중인 ‘리버프런트 NEXT’다. 스자키 공원에서 세이류 공원까지 공원 재정비, 호안 정비와 야간 조명, 민간 개발을 하나로 묶어 ‘강을 향해 열린 도시’를 만드는 사업이다. 같은 시기 도심 빌딩 재건축을 유도하는 ‘덴진 빅뱅’이 진행되면서, 시는 강변 재개발이 강 쪽으로 녹지와 공간을 내도록 이끌었다.
강을 쓰는 제도도 바꿨다. 일본에선 원래 하천 부지에서 민간 영업이 허용되지 않았지만, 2011년 지역 활성화 목적이고 청소 등 관리를 책임지면 특례로 영업할 수 있게 됐다. 시가 현에서 점용 허가를 받아 민간과 사용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세이류 공원은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정비·운영하는 제도(Park-PFI)를 시행하고 있다.
강변 공간을 새롭게 바꾸자 도심에는 사람이 돌아왔다. 도심 12개 지점의 하루 보행자 통행량은 2012년 10만 6000명에서 코로나19로 한때 8만 4000명까지 줄었다가 2024년 13만 1000명으로 늘었다. 목표치(11만 3000명)를 넘어선 성과다.
나카강 모델은 수질 개선에 그치지 않고 계획과 제도, 운영까지 바꿔 강을 도심의 중심축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활용 논의가 수질 문제에 묶여 있는 동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후쿠오카시 미야가와 히데쓰구 도심창생과장은 “도심의 귀중한 수변 공간인 나카강의 매력을 살려 강을 향해 열린 도시를 만드는 게 사업의 출발점”이라며 “계획을 세우고 흔들림 없이 꾸준히 추진해 온 것이 사업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후쿠오카(일본)/글·사진=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 본 기사는 부산광역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