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지난 17일(현지 시각) 남서부 소도시 리모주 시청 건물이 화염에 휩싸이는 등 학생과 청년 노동자 등이 참여한 이번 시위로 인해 전국에서 무정부 상태를 방불케하는 사태가 이어졌다. 시위 참가 인원은 프랑스 내무부 추산 55만 명, 주요 노동조합 노동총연맹 추산 80만 명에 달했다. 더욱이 이번 시위는 이탈리아, 벨기에, 스페인, 포르투갈 등 주변국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프랑스와 주변국 시위는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용과 정치권의 구조 개혁 지연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번 사태는 결코 한국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프랑스 시위는 고등학생들이 부실한 교육 환경을 항의하는 집회에 나서면서 촉발됐다. 여기에 천정부지로 치솟은 생활비와 연료 가격 급등에 항의하는 노동자 등 시민들이 거리 시위에 동참하면서 프랑스 전역을 뒤흔든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격화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약탈과 방화까지 이어졌다. 프랑스의 국가 부채는 GDP(국내총생산)의 120%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치권은 개혁 없이 감세 등 포퓰리즘 공약 남발에 몰두했다. 반면 투표권이 없는 학생들의 교육 예산은 줄이다 보니 교실 천장에선 비가 새고 교사도 부족하다는 게 학생들의 주장이다. GDP 세계 7위인 프랑스의 현실이라고 믿기 어려울 지경이다.
특히 프랑스 청년들은 불평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청년들은 경제성장 둔화와 고령화로 미래 청년 세대가 떠안아야 할 재정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적극적 개혁에 나서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프랑스 사회가 직면한 이런 구조적인 문제는 한국 사회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번 사태의 핵심 문제로 제기된 여러 사안들은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한 국가라면 피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프랑스 시위는 유권자 인기몰이로 치닫는 양극화된 정치 구도 속에서 국가 재정을 어떻게 건전하게 지속시키고, 세대별 부담의 공정성을 확보할 것이냐는 질문을 한국 사회에 던진다.
한국의 청년들은 국민연금 문제 등과 관련해 자신들이 불리한 조건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지만 정부는 재정 부담의 형평성을 높일 근본적 구조개혁엔 소극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더욱이 한국은 프랑스보다 채무 비율은 낮지만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는 한층 가팔라 선제적 개혁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 정치권은 연일 극단적 대립각만 세우면서 현금 지원 공약과 지출 증가 등 예산 퍼주기 정책에 골몰하고 있다. 프랑스 사태는 구조개혁에 소극적인 국가에 닥칠 암울한 미래를 보여준다.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청년 신뢰를 회복할 일자리와 주거 정책 등 종합적 구조개혁을 서둘러주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