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8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이재명 대통령이 X에 올린 ‘제미나이에 물어봤다’ 제목의 글이 논란이다. 이 대통령은 글에서 중대범죄수사청장과 공소청장의 국무회의 배석 비판에 대해 인공지능(AI) 답변을 근거로 “배석 불가론은 위헌적 억지”라고 반박했다. 대통령 글에 따르면 제미나이는 ‘대통령은 모든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한다’는 정부조직법 11조를 거론하며 “대통령이 지휘·감독하더라도 공식회의인 국무회의에는 참석시키지 말라는 것은 명맥한 모순”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김지용 중수청장이 취임 당일인 지난 20일 국무회의에 배석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자 또다시 옹호에 나선 형국이다.
AI 시대에 대통령이 AI를 국정에 활용하는 것을 무어라 할 순 없다. 하지만 국정 현안 해결을 위해 AI를 활용하는 것과 그 답변을 공개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생성형 AI는 질문자나 질문 내용에 따라 답변이 달라질 수 있다. 얼마든지 틀린 답을 내놓을 수 있다. 가뜩이나 수사기관 수장의 국무회의 배석을 놓고 역대 정부에서 지켜지던 관행을 깼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 문제는 법과 규정을 따지면 시비가 가려질 일이다.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보는 법조인도 상당수다. 당장 야권에서는 “AI 답변으로 국정 운영이 정당화된다는 비상식”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제미나이에 같은 취지로 물었더니 전혀 다른 답이 나왔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의 지휘·감독 권한도 중요하다. 하지만 수사기관 독립성·중립성은 더 중요한 문제다. 국민 눈에는 “화이트칼라 범죄, 권력형 부패 중대범죄 등을 성역 없이 수사하고 엄단하라”는 대통령 말보다,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의 말을 수첩에 받아 적는 수사기관 수장의 모습이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대통령과 장관들을 마주하며 지속적으로 지시를 받는 상황이 바람직하지 않아서다. 국무회의 배석이 정례화가 된다면 지속적인 시비를 낳을 수 있다. 대통령이 구체적인 수사 지시를 하지 않는다지만 향후 권력형 수사 때마다 논란이 예상된다. 오죽하면 진보 시민단체도 수사·공소 유지 기관장의 국무회의 정례 참석을 반대하겠는가.
중수청이 첫출발부터 독립성·중립성 논란에 휩싸인 것에 국민 불안감이 크다.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중수청 수사 역량 강화라는 본질적인 과제에 대한 논의도 후순위로 밀린 분위기다. 중수청은 아직 사건 분류나 처리 등 세부 매뉴얼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조직 개편도 마무리 짓지 못해 많은 수사관들이 책상에 앉아 기다리는 처지다. 현장 수사를 지휘할 핵심인 중간 관리자 부족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초대 중수청장으로 김 청장은 중수청을 국민 신뢰를 받는 조직으로 만드는 일에 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논란이 계속 되는 만큼 대통령이 먼저 국무회의 출석 문제를 매듭짓는 게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