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서울 집중'만 심화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입력 : 2026-10-21 17:5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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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수 세대정치연구소 대표 공모 칼럼니스트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이 88주 연속 상승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전문가들은 이 상승세가 90주, 100주를 넘어 150주도 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얼마 전 17억 원을 넘겼다. 강남뿐 아니라 그동안 부동산값 상승세가 주춤했던 지역에서도 매매·전세·월세가 동반 상승하는 ‘트리플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투기 수요가 아닌 실수요가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방증이다.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 문제는 서울 민심을 뒤흔드는 중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6일 공개한 정기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9%에 그쳤다. 서울(29%)에서 특히 낮게 나타났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경북(27%)과 비슷한 수준이다. 부산, 울산, 경남의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46%다. 부동산 문제가 서울 민심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 긍정 평가 서울 29% 그쳐

서민 울리는 아파트 정책에 민심 싸늘

청년층 높은 부정 여론으로 분노 표출

주담대 한도 제한 등 규제 불신 눈덩이

'똘똘한 실거주'에 전월세 가격 폭등세

늦기 전에 서울 집중 해소 초점 맞춰야

청년층 민심도 싸늘하다. 18~29세와 30대의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여론은 각각 31%, 32%로 모든 세대를 통틀어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반면 부정 여론은 두 집단 모두 55%에 달했다. 최근 20대가 30대보다 더 보수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서울 아파트값 상승에 30대들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결혼·출산 등을 앞두고 집값에 민감할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현 여권은 집권할 때마다 집값을 잡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대출 규제와 증세라는 수단이 동원되었다. 공교롭게도 그때마다 집값이 폭등했다. 그래서인지 부동산 규제를 바라보는 청년층의 시선은 썩 곱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첫 집값 대책으로 수도권과 규제 지역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최대 6억 원으로 일괄 제한했다. 당시 20~30대에선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자신들은 대출받아 집을 사놓고 왜 청년들은 못 하게 하느냐는 게 비판의 핵심이었다. 대출이 엄격하게 제한되니 부모의 지원 없이 집을 사는 건 거의 불가능해졌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청약통장 해지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약에 당첨되어도 집을 살 만큼의 현금이 없으니 해지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부동산 증세에 대한 여론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청년층에서 증세에 대한 저항이 크지 않았다. 부동산에 대한 과세는 집이 있는 사람들에게 하는 것이다. 집 없는 청년들에게는 직접적인 부담을 지우지 않는다. 정권마다 반복된 종합부동산세 논쟁은 2030에게 남 일처럼 여겨졌다. 요즘 여론은 다르다. 2030세대는 보유세·종부세 등에 대해 4050세대보다 더 부정적이다. 증세로 인한 금전적 손해는 4050이 더 클 텐데도 말이다. ‘어차피 세입자들에게 전가되는 비용’이라는 인식이 확대된 결과로 풀이된다.

부동산 규제에 대한 청년층의 분노와 불신은 날로 커가고 있다. 이들이 다주택자를 걱정해서가 아니다. 규제가 집값을 끌어올린 경험이 여러 차례 반복된 탓이다. 현재 아파트값 상승은 서울과 수도권 일부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비수도권은 집값 상승은커녕 악성 미분양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문재인 정부는 ‘똘똘한 한 채’를 강조하며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다주택을 규제하니 똘똘한 한 채를 찾아 강남을 비롯한 수도권 인기 지역으로 수요가 쏠렸다.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도 비수도권에 있는 자기 지역구 집을 팔고 서울 강남의 작은 아파트를 지키려다 빈축을 사지 않았던가. 문재인 정부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가 한층 심화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는 더 나아가 ‘똘똘한 실거주’를 강조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23일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똘똘한 한 채’가 우리나라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며 “효율적으로 투기할 기회를 줬다”고 지적했다. 비거주 1주택도 규제하니 집주인들은 ‘차라리 내가 들어가 살겠다’며 전월세를 거둔다. 전월세 가격이 치솟자, 세입자들은 ‘이럴 바엔 집을 사고 말지’라는 생각에 서울에서 그나마 집값이 덜 오른 지역 아파트를 찾아 나선다. 이러한 선택들이 누적되며 지금의 ‘트리플 강세’를 형성했다.

강력한 대출 규제와 증세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계속 오르는 건 서울로 향하는 수요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규제와 증세가 아니라 서울 집중을 해소하는 데 있어야 한다. 정부는 ‘세컨드홈’ 특례 대상 지역을 비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하면서도 광역시를 포함하는 건 미적거린다. 5극 3특을 말하면서 광역시를 배제한 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개인의 선택지를 제한하면 제한할수록 서울이라는 인기 상품으로 수요가 집중되는 건 당연한 결과다. 똘똘한 한 채를 넘어 실거주까지 압박하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다시 한번 서울 집중만 심화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