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 속 연결·협력 모색

입력 : 2026-10-21 18: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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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3일 개막 세계해양포럼
기조세션 연사 2인 사전 인터뷰

김지윤 연세대 객원교수
바다는 국제정치학에서 중요
부산, 북극항로 거점화 목표 필요
해양도시 위기 관리 능력 갖춰야

보넷 英 뉴캐슬대 교수
바다는 지속가능한 공존의 공간
함께 책임진다는 큰 비전 필요
새로운 북극은 친환경 북극 돼야

올해 제20회 WOF는 부산항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11월 3~5일 사흘간 열린다. 지난해 10월 22일 롯데호텔 부산에서 열린 제19회 세계해양포럼(WOF) 개막식 장면. 김종진 기자 kjj1761@ 올해 제20회 WOF는 부산항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11월 3~5일 사흘간 열린다. 지난해 10월 22일 롯데호텔 부산에서 열린 제19회 세계해양포럼(WOF) 개막식 장면. 김종진 기자 kjj1761@

전 세계 주요 해역은 이제 단순한 영토 분쟁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요충지를 선점하고 통제하려는 ‘새로운 식민적 경쟁’의 무대가 됐다.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대표적인 예다. 과거 식민주의가 영토의 직접적인 강점을 목표로 했다면, 오늘날의 경쟁은 국제법적 틈새를 악용해 타국의 해양 접근권을 제한하고 자국의 경제·군사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형태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세계해양포럼(WOF) 기획위원회는 해양을 둘러싼 경쟁과 질서 재편이라는 글로벌 위기 속에서 하나로 이어지는 바다의 연결성에 주목해 ‘해양, 잇다’를 올해 포럼 주제로 삼았다. 산업과 기술, 지역과 세계, 과거와 미래를 연결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특히 포럼의 주제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게 될 기조세션은 해양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국제정치학자와 사회지리학자가 각각의 발표와 상호 대담을 통해 해양 지정학을 입체적으로 조망하며 해법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신선한 통찰을 전달할 예정이다.

김지윤 김지윤

기조 세션의 문을 여는 연세대 김지윤 동서문제연구원 객원교수는 MIT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뒤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미국 정치와 외교, 한미 관계, 국제 정치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특히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국제 이슈를 쉽고 명료하게 전달하는 ‘김지윤의 지식플레이’와 교양 지식을 전달하는 ‘롱테이크’ 두 채널을 운영하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김 교수는 사전 인터뷰에서 “해양대국의 개념이 들어서면서 바다는 이제 국제정치학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 중 하나가 됐다”면서 “국제정치를 이야기할 때 바다 위에서의 권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일”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그는 또 북극항로 개척에 대해서는 “기후변화와 쇄빙기술 발달로 러시아, 중국, 미국, 캐나다, 북유럽과 영국까지 북극항로의 규칙을 먼저 쓰기 위해 경쟁 중”이라면서 “조선강국 대한민국이 가진 기술과 데이터를 충분히 활용하고, 부산을 북극항로에 진출하는 선박들에게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점으로 목표화하는 것이 좋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또 부산이 해양도시로서 위기관리 능력을 갖출 것을 조언했다. 그는 “호르무즈 사태처럼 해상 물류 위기가 생겼을 때 우회로를 만들어낸 것처럼, 수많은 가정과 시나리오 속에서 최악의 상황을 평소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면서 “해운정보, 해상보험 및 금융 기회, 비상시 전략물자 비축 능력 등을 부산이 갖추고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뉴캐슬대학교 알레스테어 보넷 사회지리학 교수는 작가이자 지리학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딱딱한 학술 연구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기묘하고 신비로운 공간들을 직접 탐사하며 인문학적 통찰을 담아내는 흥미로운 여행 저술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알레스테어 보넷 알레스테어 보넷

보넷 교수는 “바다는 하나뿐”이라고 했다. 그는 “바다의 각 부분을 국가별 영토로 나누는 현대적 관행은 서로 경쟁하는 국가들의 자의적 세계관”이라며 “바다는 마치 달처럼 공동의 공공재로 봐야 하며, 바다를 지정학의 변덕에 따라 마구 나뉘도록 내버려두기보다 우리 모두가 함께 책임져야 하는 공간으로 바라보는 큰 비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북극항로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이 모든 움직임이 기후변화라는 공통의 위험 때문에 가능해졌다는 점이 중요하며, 우리를 하나로 묶는 사실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화한 북극을 지정학적 투쟁의 현장으로 보기보다, 환경 변화와 도전에 대응하는 공간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새로운 북극은 친환경 북극이 될 수 있다”는 소신을 밝혔다.

경쟁과 갈등의 장이 된 바다를 공존의 바다로 엮어내는 방법을 묻자, 그는 “질문 속에 답이 있다”면서 “바다를 지속가능한 공존의 공간으로 바라보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또 “바다는 ‘oceans’라는 복수형이 아니라 ‘ocean’이라는 단수형”이라고 설명하며 “실제로 강과 지하수, 빗물 등 모든 물이 결국 하나의 체계를 이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물의 집합체인 바다를 잘 돌보고 오염되거나 과열되지 않도록 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방식으로 바다를 대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연사는 기조 발표 후 질문과 답을 주고 받는 대담을 벌인다. 이렇게 다음달 3일 개막식과 기조세션으로 시작한 제20회 WOF는 4일 공간을 잇다(북극항로), 산업을 잇다(AI), 미래를 잇다(청년 해커톤), 부산시·부산문화재단 세션과 5일 산업을 잇다(그린에너지), 미래를 잇다(글로벌 오션), 유네스코 IOC·OECD 해양경제 세션, 부산선언 등으로 이어진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