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왼쪽)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7주기 추모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항소심 무죄 판결을 계기로 사법부를 향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김민석 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오 시장의 명태균 관련 의혹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고, 당 내부에서는 국정조사 추진,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AI(인공지능) 판사 도입 주장까지 쏟아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역풍을 우려해 국정조사 등 단계적 대응에 무게를 뒀던 지도부 기류도 점차 달라지는 분위기다. 오 시장 무죄 판결 이후 지지층 반발이 거세지면서 조 대법원장 탄핵은 물론 ‘조작 기소 특검법’ 추진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범여권 강경파는 오 시장 항소심 판결 이후 민주당 지도부를 향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오 시장의 무죄 선고를 계기로 사법부를 강력 비판하며 사법부 수장인 조 대법원장 탄핵론을 거듭 꺼내 들었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오 시장은 여론조사 결과를 전달받은 것이 사실인데 피고인을 몰랐다고 하면 끝인가. 조 대법원장 탄핵만이 답”이라고 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원장도 “(조 대법원장 임기 만료일인) 6월 5일까지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판판이 당할 것”이라며 “탄핵을 추진해야 비로소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라고 가세했다. 마치 대법원장이 고등법원의 판결을 좌지우지한 것처럼 몰아가는 형국이다.
재판 과정에서 사실 인정과 증언 변화 등에 따라 1·2심 판결이 뒤집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모든 나라가 심급제를 운영하는 이유다. 오 시장의 유무죄 여부도 최종적으로는 대법원에서 가려질 것이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참석해 “대법원장은 사법행정의 대표이지만 하급심 재판에는 대법원장을 포함한 그 누구도 관여할 수 없고 관여하지도 않는다”라고 답했다. 각 재판부가 독자적으로 증거와 사실관계에 따라 유무죄를 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오 시장의 무죄 판결이 향후 정치 구도를 뒤흔들 중대 변수이기 때문에 정치권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사법부 판단에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탄핵 사유가 차고 넘친다는 이유를 들어 공론화에 나서고 있다. 대법관 재제청 거부, 국감 증인 선서 거부, 업무추진비 부정 사용 등이 모두 탄핵 사유라고 주장한다. 여당 강경파에선 오 시장 무죄를 계기로 조 대법원장의 탄핵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그동안 민주당에선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을 저해하는 발언들이 끊임없이 나왔다. 여권의 내홍을 수습하고 강성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정치공학적 노림수가 되어선 안 된다. 대법원장 탄핵 카드를 정쟁으로 활용하는데 골몰할 것이 아니라 민생과 경제에 대한 정책적 유능함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