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회가 청소년·어르신 대중교통비 지원 확대를 추진하지만, 재원 대책이 불투명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 동구 부산역 앞 중앙로에 시내버스가 오가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시의회에서 청소년과 어르신의 대중교통 요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례 발의가 잇따르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교통복지 확대라는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지만, 버스와 도시철도에서 매년 7000억 원대 적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재원 대책 없이 지원 대상만 확대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시의회가 앞서 부산시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며 지출 확대에 제동을 걸었던 기조와도 배치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산시의회 서국보 의원(동래3)은 다음 달 예정된 제341회 시의회 정례회에서 ‘부산시 청소년 대중교통비 지원 조례안’을 발의한다고 29일 밝혔다. 현재 만 12세 이하 어린이에게 적용되는 대중교통 무료 이용 혜택을 만 18세 청소년까지 확대하는 내용이다.
서 의원은 “대중교통은 교육과 문화, 진로 탐방 등 청소년의 일상 유지를 위해 보장돼야 할 보편적 권리”라며 “고물가로 가계 부담이 큰 상황에서 조례가 시행된다면 학부모들에게 적잖은 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에서도 유사한 조례가 통과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태효 의원(해운대3)도 ‘부산시 어르신 교통비 지원 조례안’을 발의한다. 부산에 주민등록을 둔 70세 이상 어르신이 시내·마을·수요응답형 버스를 이용할 때 교통비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김 의원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부산에서 도시철도와 달리 버스에는 경로우대 무임승차가 적용되지 않아 산복도로와 원도심 등 버스 의존도가 높은 어르신들이 교통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과 인천, 울산, 대전 등에서 이미 유사한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문제는 막대한 재정 부담이다. 부산시에 따르면 도시철도와 시내·마을버스 등 대중교통에서 발생하는 적자는 연간 약 7000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청소년 대중교통 전면 무료화에는 연간 393억 원, 70세 이상 어르신 버스요금 지원에는 1032억 원이 각각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부산시는 도시철도 노인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지만, 국비 지원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기존 무임승차에 따른 재정 부담조차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서 별다른 재원 확보 방안 없이 교통비 지원 대상을 확대할 경우 부산교통공사의 경영난과 시의 재정 부담이 한층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의회의 정책적 일관성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시의회는 앞서 민선 9기 부산시의 첫 추경안 심사에서 동백전 캐시백 확대 예산을 삭감하고 지방채 발행에도 제동을 걸며 재정 건전성을 강조했다.
부산시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대구는 교통비 지원 정책을 선제적으로 시행했지만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인천 역시 예산 편성을 재검토하는 상황”이라며 “부산시는 대중교통 적자를 줄이기 위해 준공영제 전면 재검토 등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조례를 발의한 김 의원은 기존 교통복지 예산의 재배분을 통해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K패스로 일원화되고 있는 동백패스 지원금을 활용하거나 도시철도 무임승차 연령을 단계적으로 높여 절감한 비용을 버스 지원으로 돌리는 방안이 있다”며 “결국 지자체의 의지 문제”라고 주장했다.
다만 두 조례는 부산시장이 예산 범위에서 교통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임의 규정으로, 시의회를 통과하더라도 실제 시행 여부는 부산시의 재정 여건과 정책적 판단에 달려 있다. 조례 제정이 곧 교통비 무료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만큼 실질적인 재원 대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선언적 입법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