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부산항 자성대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작업이 진행 중이다. 최근 부산 수출이 7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원화 강세(환율 하락)와 상반기 대비 3배 이상 폭등한 해상운임 여파로 지역 기업들의 수익성은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지역 제조업이 업황 호조에 올라타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환율 급락 여파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영세한 지역 기업은 단기간 급격한 환율 변동에 대응할 방편이 없어 수요 확장 국면에서 발만 구르고 있다.
2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10월 수출이 1153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올해 누적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9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부산 수출도 글로벌 인공지능(AI)발 수혜와 상선 수주 호조에 힘입어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를 이어간다. 부산본부세관이 최근 발표한 9월 부산 지역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 9월 수출액은 14억 1600만 달러로, 올해 2월 이후로 7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수출 기업들은 급격한 환율 변동 탓에 마냥 웃지는 못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월 1527.95원에서 4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지난달 26일 장중 1323.1원까지 떨어졌다. 지역 주력 산업인 조선·기자재와 철강, 수산식품 가공 수출업 등은 원자재는 국내에서 수급하고 매출 대부분은 수출에 의존한다. 원화 강세로 수익성이 악화되면 수출 증대 효과가 상쇄되는 구조다.
플랜트·조선 기자재 기업 A사는 미국 AI 데이터센터 설비 확충 덕에 수주와 매출이 꾸준히 올랐다. 상반기에는 고환율의 덕을 봤지만, 최근 환율 하락에 더해 미국 철강 관세와 해상 운임 상승까지 맞물려 수익성이 악화됐다. A사 관계자는 “환율이 급락한 데다 미국 수출 관문인 휴스턴행 운임이 상반기 3000달러에서 최근 1만 1000달러까지 치솟아 수익성에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철강과 금속 제조업은 수출 시장의 가격 경쟁력도 비상이다. 철강 기업 B사는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수출 비중을 늘려왔지만, 최근 환율 하락으로 미국 수출 중단을 검토하는 단계다. 금속 제조 기업 C사는 글로벌 수주 물량은 늘고 있지만, 니켈 가격 하락에다 중국산 제품과 경쟁이 심화돼 수익성 확보에 부담이 커졌다.
지역 중소기업들은 환율 하락 자체보다도 수익성 악화로 어렵게 열린 수요 확장기의 기회를 놓칠까봐 전전긍긍한다. 조선 기자재 기업 D사는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 확대와 고환율로 매출이 늘었다가 최근 원화 강세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동반 축소했다. 수산물 식품 기업 E사도 해외 수요가 꾸준한데도 환율 하락 폭보다 해상운임 상승 폭이 더욱 가팔라 수출 수익성이 오히려 악화됐다.
부산상공회의소 석지만 경제정책본부장은 “지역 기업들은 단기간에 환율이 큰 폭으로 변동하면 경영계획과 자금 운용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재정적인 한계로 전문적인 환헤지 대응도 쉽지 않아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세제 지원이나 물류비·금융 지원처럼 실효성 있는 기업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동남권의 대형 조선사 또한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원화 강세 영향으로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를 밑돌았다. HD한국조선해양은 “3분기 환율이 2분기 대비 약 6% 하락해 영업이익에 약 700억 원 수준의 영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한화오션도 “환율이 10% 변동할 경우 영업이익에 10%에 조금 못 미치는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