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드러난 ‘비상전력 허점’ 이제야 손본다는 ‘뒷북 벡스코’

입력 : 2026-11-04 18: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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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전 전원장치 UPS 도입”
지난달 정전 사고 대책 발표
2023년 이미 겪고도 방치해
화재 시 스프링클러 미작동
대형 인명 피해 유발 위험 커
타 지역 컨벤션 시설 ‘필수템’

지난달 29일 오후 3시 9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갑작스러운 정전 사고가 발생해 행사에 차질을 빚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지난달 29일 오후 3시 9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갑작스러운 정전 사고가 발생해 행사에 차질을 빚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정전 사고가 잇달아 발생(부산일보 11월 2일 자 10면 보도)한 벡스코가 뒤늦게 비상전력 공급 시스템 구축에 나서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비상 전력 시스템 부실은 스프링클러 미작동 등으로 화재 때 대형 인명 피해를 부를 수 있는 중대 사안임에도, 벡스코는 최근 3년간 세 차례 정전이 발생한 뒤에야 무정전 전원장치(UPS) 도입을 검토한 것이다. 이미 UPS를 구축해 운용 중인 서울·대구·창원 등의 타지역 전시컨벤션 시설과 비교하면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벡스코 측은 “지난달 29일 발생한 정전의 후속 대책으로 ‘정전 시 급수시스템 정상 가동을 위한 무정전 전원장치(UPS) 검토’를 착수한다”고 4일 밝혔다. UPS는 갑작스러운 정전에도 일정 시간 전기를 공급해 주요 시설과 장비가 멈추지 않도록 하는 설비다. 앞서 지난달 29일 오후 3시 9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과 컨벤션홀에서 26분간 정전이 발생해, 지난 2일 한국전기안전공사의 정밀점검에 따른 후속 조치다.

이번 정전은 비상발전기가 가동되고도 계전기 오류로 전력이 전시장까지 공급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급배수 펌프까지 멈추면서 화장실 단수까지 발생해 국제 행사 등 6개 행사가 차질을 빚었다. 계전기는 전기 신호에 따라 전력 공급을 연결하거나 차단하는 핵심 장치다. 벡스코 측은 “계전기 오류로 전력 공급에 실패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2차 충격으로 인한 작동 불량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벡스코 같은 대형 전시·컨벤션시설에 비상발전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 행사 차질은 물론 사실상 화재에 초기 대응할 방법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전기가 끊기면 스프링클러나 소화전 등에 물을 공급하는 펌프도 작동을 멈추게 된다. 대형 화재로 번지는 걸 막기 위해서는 초동 조치가 중요한데, 현재 설계상 내부 요인으로 정전이 발생하면 모든 소방시설이 무용지물로 변해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이를 대비해 서울 코엑스(COEX), 대구 엑스코(EXCO),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KINTEX), 경남 창원시 세코(CECO) 등 다른 대규모 전시·컨벤션시설은 UPS를 최초 건물 설계 때 도입하거나 시스템을 중도 보완해 운영 중이다. 엑스코 관계자는 “2001년 개관한 서관, 2021년 개관한 동관 모두 준공했을 때부터 UPS를 통해 정전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벡스코는 잇단 정전 사태에도 UPS 도입을 검토하지 않았다. 2023년 9월 벡스코 제1전시장 전체에 8분간 정전이 발생해 참가업체의 초음파 장비 등이 고장 났고, 일부 전시장에서는 냉방이 8시간 넘게 중단됐다. 이어 같은 해 10월 5일 오후 3시 42분께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동력 계통 계전기 이상으로 일부 시설의 전력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공조기와 화장실 급수펌프 등이 약 2시간 동안 멈췄다. 벡스코 오디토리움은 면적 4766㎡, 4002석으로 동남권 최대 규모의 계단식 실내회의장이다.

벡스코 관계자는 “현재 전산실과 지하 방재실 등 일부 시설에는 UPS가 설치돼 있지만, 급수시설에는 별도의 UPS가 갖춰져 있지 않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문제가 된 계전기 교체와 비상발전기 연동체계도 전면 검토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