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2명을 호텔로 유인해 성폭행한 라이베리아 국적 공무원 2명이 항소심에서 형량이 대폭 감경됐지만,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수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공동감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들은 부산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박준용)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1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 받은 라이베리아 국적 50대 공무원 A 씨와 30대 B 씨는 2심에서 징역 5년으로 감경됐다. 피해 여중생들을 숙소로 유인하는 과정에서 폭력이나 강제성이 없었고, 항소심 과정에서 피해자들과 합의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지난해 9월 22일 오후 7시 30분께 부산역을 지나던 여중생 2명에게 맛있는 음식과 술을 사주겠다며 자신들의 호텔 방으로 유인했다.
이들이 휴대전화 번역기를 통해 성관계 등을 요구하자 피해자들은 이를 거부하고 지인들의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객실 밖으로 나갔으나 이내 붙잡혀 왔다.
A, B 씨는 객실 내 불을 끄고 거부 의사를 밝힌 피해자들에게 성폭행과 유사강간, 강제추행 등을 잇달아 일삼았다. 이날 오후 10시 52분께 피해자들의 연락을 받고 찾아온 지인들이 문을 두드리자 A, B 씨는 소리를 지르며 출입문을 막아 20여 분간 피해자들을 감금하기도 했다.
재판 과정에서 A, B 씨는 피해자들과는 동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고, 낯선 사람들이 갑자기 찾아와 문을 두드리니 이를 막은 것뿐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만 14세 피해자를 성폭행해 그 죄책이 매우 중하다”면서도 “피해자들을 호텔로 유인하는 과정에서 폭력이나 강제성은 없었다. 항소심 과정에서 피해자들과 합의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밝히기도 했다”고 밝혔다.
한편 A, B 씨는 해양수산부와 국제해사기구(IMO)가 공동 주최한 ‘한국해사주간’ 행사의 교육 프로그램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을 방문했다. A 씨는 라이베리아 해사청 해양환경보호국장, B 씨는 IMO 소속 런던 주재 라이베리아 상임대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경찰에 체포될 때 외교관 여권을 가지고 있었다는 이유로 외교관 면책특권을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국내 근무를 위해 부여받은 외교관 신분이 아니어서 면책특권을 규정한 비엔나협약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라이베리아 매체 ‘라이베리안 옵서버(Liberian observer)’는 “라이베리아 공무원 50대 A 씨와 30대 B 씨가 한국에서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하며 두 사람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 없이 공개하기도 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