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데자뷔’ 부실 공약에 부산 유권자 한숨

입력 : 2024-03-28 18:25:10 수정 : 2024-03-28 18: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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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위한 선택 4·10]

국힘, 글로벌 허브 특별법 제정
지난 총선 해양특별시 유사 수준
민주, ‘부울경 메가시티’ 부활
폐기된 프로젝트 다시 꺼내들어
민심 반영한 실천적 공약 택해야

22대 국회의원선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28일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과 국민의힘 부산시당이 출정식을 갖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유엔기념공원으로 들어서는 더불어민주당. 정종회 기자 jjh@ 22대 국회의원선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28일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과 국민의힘 부산시당이 출정식을 갖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유엔기념공원으로 들어서는 더불어민주당. 정종회 기자 jjh@
22대 국회의원선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28일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과 국민의힘 부산시당이 출정식을 갖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중앙공원 충혼탑을 찾은 국민의힘의 후보와 관계자들. 김종진 기자 22대 국회의원선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28일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과 국민의힘 부산시당이 출정식을 갖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중앙공원 충혼탑을 찾은 국민의힘의 후보와 관계자들. 김종진 기자

22대 총선 격전지로 부상한 부산에서 여야가 28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제정을, 더불어민주당은 부울경 메가시티 부활을 약속했다. 그러나 공약에서 느껴지는 지난 총선의 기시감에 부산 유권자의 입맛은 쓰다. 정책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거창한 약속을 하기보다 부산이 실제로 원하는 공약을 채택하고 이를 선거전 전면에 내세울 것을 요구한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4년 전 총선에서 부산에 ‘해양특별시’ 지정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부산을 정부 직할 해양특별시로 지정하고 해양수산업 전반에 조세 감면 등의 혜택을 주겠다는 게 골자였다. 4년이 지난 현재 해양특별시는 부도 수표가 됐다.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에도 해양특별시 공약을 ‘태그 갈이’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월드엑스포 유치 불발 이후 파격적인 특별법을 제시했지만 예타 면제 등 알맹이는 중앙부처 반대로 모조리 빠지면서 빈 껍데기만 남았다는 평가다.

금정과 강서 등 외곽 선거구를 중심으로 민주당이 다시 군불을 때는 ‘부울경 메가시티’ 부활은 4년 전 공약 재활용이다. 수도권에 대항해 부산·울산·경남이 연계해 특별광역자치단체를 구축한다는 구상은 지난 지방선거 이후 완전히 폐기됐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를 주도하던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댓글 여론조작 사건으로 구속 수감되면서 구심점을 잃었다. 부산시에서는 초당적인 협력을 해왔지만 경남도와 울산시의 국민의힘 광역단체장이 발을 빼버렸다.

〈부산일보〉 총선자문단인 부산상의 심재운 본부장은 여야 가릴 것 없이 공약에 기본적인 성의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심 본부장은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은 기존 조세특례법 등에서 보장한 내용을 긁어모은 선언적인 수준의 법률안인데 이렇게 급조한 특별법으로 총선을 밀고 나간다는 건 여권이 부산 민심에 대해 감을 전혀 못 잡고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절하했다.

심 본부장은 야권의 부울경 메가시티 공약도 정책 입안의 나쁜 사례라고 혹평했다. 애초 부산과 울산, 경남의 니즈가 서로 달랐는데 이를 무시하고 광역단체장이 정치적 역량만 과시하다 한순간에 불씨가 사그라들었다는 것이다. 심 본부장은 “아무리 정치인 개인기에만 의존했다지만 인물이 바뀌었다고 예산마저 책정된 정책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부산일보〉는 유권자와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접수받은 ‘4·10 총선 유권자가 제안하는 공통 공약’을 전문가 그룹과 함께 분석했다. 부산의 표심은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여야 모두 이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부산 유권자가 꼽은 10대 공통 공약 중 언급되는 건 ‘부산 이전을 위한 산업은행법 개정’ 정도다. 그러나 이마저도 공약 채택이라기보단 정쟁 수단으로 전락한 상태다. 거점 항공사인 에어부산의 분리매각, 일자리와 세수 확보를 위한 부산형 복합리조트 건립 등에도 여야는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총선자문단은 부산 유권자가 4년에 한 번 오는 총선에서 최대한 실익을 거둘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총선자문단인 동아대 국제전문대학원 임석준 교수는 승리에만 매몰되어 당의 정체성도 잃어버린 한국 정치가 미국 정치를 그대로 닮아간다고 안타까워했다. 임 교수는 “여야가 공고한 극우와 극좌 유권자 대신 다급하게 중도 표만 노리다 보니 내놓는 정책마다 색깔이 없고 생명력이 짧다”면서 “국회를 세종으로 옮기겠다는 주장이나 수시로 등장하는 메가시티 논의는 이미 유권자 우롱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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