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했던 역점 사업들이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으면서 잇따라 좌초 위기에 놓였다. 문화관광도시 조성, 첨단 ICT(정보통신기술) 허브 구축, 글로벌 창업 랜드마크 건립 등 청사진만 그럴듯했지, 제대로 된 사업자조차 찾지 못하면서 장기간 방치되는 유휴지로 전락할 우려가 높아진다.
12일 부산시와 부산시의회 등에 따르면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의 대규모 문화예술타운인 ‘쇼플렉스’ 개발사업은 법정에서 조정이 결렬돼 결국 1심 재판부의 판단을 받게 됐다. 사업 시행자인 (주)아트하랑이 브릿지론 1000억 원에 대한 대출 이자조차 내지 못하자 부산도시공사가 지난해 토지 매매 계약을 취소하고자 했고, 소유권 이전 등기 소송으로 번진 것이다.
도시공사에 따르면 조정 과정에서 아트하랑이 사업을 수행하는 대신 준공 시점까지 안전 장치 차원에서 환매권과 가등기 등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최근 시행사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조정이 결렬됐고 다시 본안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
1심 결론이 조만간 난다고 가정하더라도 대법원까지 상고한다면 다툼은 짧게는 3년, 길게는 5~6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 법정 공방에 휘말린 오시리아 관광단지의 이 핵심시설은 결론이 날 때까지 유휴지로 방치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식으로 한 번 크게 엎어진 사업에 뛰어들 다른 사업자를 찾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해운대구 옛 세가사미 부지에서 진행되는 ‘국내 최초 퀀텀 허브’ 구축 사업도 투자 유치가 불투명하다. 개발사인 하인즈는 시와 함께 센텀의 마지막 노른자 땅인 이곳에 글로벌 퀀텀 콤플렉스를 세워 양자컴퓨팅 분야 선두 주자인 ‘IBM’과 양자컴퓨팅 상용화 전문 기업인 ‘한국퀀텀컴퓨팅주식회사(KQC)’를 입주시킨다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당초 지난 9월 중순까지 부지 매수 잔금 1700억 원을 납부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하인즈 측은 내부 절차를 이유로 잔금 납부일을 9월 말로 한 차례 연기하며 분할 납부를 요청했고 시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후에도 지난달 15일, 31일과 이달 8일로 연기 요청을 한 데 이어 이제는 오는 30일로 완납일을 5차례나 미룬 상태다. 시가 사업자에게 끌려다닌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또 시가 318억 원을 들여 북항 1부두 내 폐창고를 리모델링해 조성하려는 창업·문화·전시 복합 랜드마크인 ‘부산 글로벌 창업 허브’ 사업도 삐걱거린다.
이 창업 허브는 전 세계 청년이 혁신을 추구하는 창업·문화·전시 복합 랜드마크로 꾸며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행정안전부가 시행한 중앙투자심사에서 ‘재심사’ 결정을 받으면서 해당 사업 추진에 차질이 우려된다.
중앙투자심사에서는 재심사 사유로 사업계획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하고 구체적인 수요 조사를 하라고 주문했다. 또 구체적인 내부 공간 조성 계획이 없고, 부산시 문화재인 1부두를 훼손하지 않고 원형 보존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라고 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