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당론 반대’를 정한 국민의힘 내 ‘이탈’ 움직임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동훈 대표를 중심으로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해 윤 대통령의 하야 시점을 3, 4월로 검토 중인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주 내 결단 여부가 탄핵안 처리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박성제 법무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한 탄핵안을 국회 본회의에 보고하는 등 2차 탄핵안 가결을 위한 총력 압박을 이어갔다.
지난 7일 ‘1차 탄핵안’에 반대 투표했다고 밝혔던 국민의힘 소장파인 김상욱(울산 남갑)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비상계엄은 보수의 가치에 정면으로 반하는 용인할 수 없는 국가범죄”라며 “깊이 사죄하는 마음으로 차회(다음 차례) 탄핵 표결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1차 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진 안철수·김예지 의원에 이어 공개적인 탄핵 찬성 입장을 표명한 의원이 3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범야권 192석에 더해 국민의힘에서 8명의 찬성표가 나오면 탄핵안은 가결된다. 김 의원은 “(탄핵 찬성에 대해)함께 논의하는 의원들이 있다”며 “단언해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탄핵 통과에 충분한 숫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차 표결 때와 달리 이번에는 ‘표결 불참’을 강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도 이탈 표 확산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1차 표결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의 집단 불참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면서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번에는 찬성이든, 반대든 표결에는 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배현진 의원은 이날 1차 표결 집단 불참에 대해 “당의 큰 패착”이라며 표결 참여를 예고했다.
이와 관련, 한 대표의 ‘질서 있는 퇴진’론을 뒷받침할 로드맵을 수립 중인 당 정국 안정화 태스크포스(TF)는 윤 대통령의 ‘3월 퇴진 후 5월 대선’ 또는 ‘4월 퇴진 후 6월 대선’ 등 두 개 시나리오를 마련해 한 대표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일정은 그동안 친한계 일각에서 요구해 온 ‘탄핵에 준하는 조기 하야’ 일정에 부합한다. 그러나 임기 단축 개헌을 병행하며 내후년 지방선거에서 조기 대선을 동시 실시하는 방안을 거론하는 친윤(친윤석열)계에서 이런 일정에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2차 탄핵안의 운명은 윤 대통령의 조기 대선 수용 여부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이번 주 내에 조기 퇴진 수용 등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지 여부에 따라 당내 탄핵에 대한 기류가 정해질 것이라는 의미다. 조경태(부산 사하을) 의원은 이날 “윤 대통령의 하야가 늦어도 14일 오전까지는 이뤄져야 한다”며 “(찬반 여부는) 그때 가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탄핵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며 2차 탄핵안 가결에 집중했다. 민주당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으로 증시·환율이 크게 출렁이는 등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탄핵 명분으로 들었다. 민주당은 또 박 법무장관, 조 경찰청장 탄핵소추안을 10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하는 등 비상계엄 선포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 되는 정부 고위직에 대한 탄핵 공세도 이어갔다. 이와 함께 민주당이 발의한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상설특검 수사요구안도 이날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와 관련,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부산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가 이어지는 가운데 2차 탄핵안 표결이 예고된 14일 국회 앞에는 수십 만 명의 시민이 결집해 국민의힘 의원들의 찬성 표결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