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피해자 또 사망… 국가배상 선고날 발인

입력 : 2025-01-16 16: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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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김창한 씨, 지난 13일 숨져
16일 선고에서도 국가 책임 인정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이 지난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국가 상대 손배소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결과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이 지난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국가 상대 손배소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결과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가 국가배상 청구 소송 1심을 사흘 앞두고 숨을 거둬 판결일에 발인이 엄수됐다. 이로써 형제복지원 국가배상 재판 과정에서 숨진 피해자는 7명이 됐다. 국가의 상소로 재판이 지연되는 사이 피해자들은 끝내 보상받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16일 형제복지원 서울경기 피해자협의회(이하 협의회)에 따르면 이날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 김창한(79) 씨의 발인이 엄수됐다. 김 씨는 암으로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지난 13일 숨졌다.

김 씨는 1960년 3월께 가족의 심부름으로 부산 초량시장에 가던 중 군복을 입은 남자 무리에게 납치돼 강제로 형제복지원에 수용됐다. 그는 형제복지원에서 폭행당하거나 강제 노동을 하는 등 가혹 행위를 견뎌야 했다고 생전 진술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는 김 씨를 포함한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 14명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가배상 청구 소송 1심 선고가 있었다. 법원은 그간의 판결과 마찬가지로 ‘국가는 피해자 수용 기간 1년당 8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법원에서는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의 인권 침해에 대한 국가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가는 이에 대해 상소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재판이 길어지며 김 씨처럼 국가배상을 기다리다가 숨지는 피해자도 늘고 있다. 협의회에 따르면 판결 중 숨진 피해자는 총 7명이다.

피해자들은 시간이 더 지나기 전 국가의 사과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한다. 협의회 이향직 대표는 “부디 더 이상의 피해자가 사망하기 전에 정부가 지금이라도 항소와 상고를 멈춰야 한다”며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다독일 수 있도록 정부 등 책임 있는 분들의 사과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0~1980년대 경찰 등 공권력이 부랑인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민간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부산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한 사건이다. 1975~1986년까지 3만 8000여 명이 수용됐으며, 이 가운데 657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진실화해위는 2022년 8월, 이 사건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 침해 사건으로 판단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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