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이후 수개월간 1채도 팔리지 않아 골머리를 앓던 협성건설의 하이엔드 아파트 ‘테넌바움294’가 미분양 소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였던 대우건설의 ‘블랑써밋74’도 완판을 목표로 순항하고 있다. 지역 미분양 적체가 심각한 상황이지만, 입지에 따라 미분양 해소 양태도 양극화되는 추세다.
23일 지역 분양업계에 따르면 수영구 민락동에 위치한 테넌바움294는 전체 물량의 약 30%인 90채 안팎이 판매됐다. 지난해 2월 분양한 후분양 아파트인 테넌바움294는 광안리 오션뷰에 지역 중견 건설사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내세웠지만 8개월간 1채도 매매되지 않는 수모를 겪었다.
건설사는 분양 부진의 원인이 다름 아닌 높은 분양가에 있다고 판단하고 전략을 180도 바꿨다. 당초 테넌바움의 평(3.3㎡)당 평균 분양가는 4000만 원에 육박했다. 이에 협성건설은 지난해 10월 평당 약 436만 원을 깎아주는 할인 분양을 시작했고 분위기가 바뀌었다.
고층의 경우 최대 5억 원 가까이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잔금의 90%는 계약 이후 1년 이내에만 지불하면 입주가 가능하도록 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부산의 브랜드 아파트가 할인 분양을 감행하는 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 년 만의 일이었다.
특히 테넌바움294의 전용 84㎡ 중 고층 세대 하나가 15억 8000만 원에 거래되면서 지난해 부산의 84㎡ 아파트 매매가 가운데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협성건설 손상순 상무는 “찾는 이 없던 분양 사무소가 북적이기 시작했고 많을 때는 하루에 6~7채씩 판매되기도 했다. 광안리 조망을 넉넉하게 확보하는 고층 세대에 대한 입주 문의가 많다”며 “지역의 미분양 상황이 심각하다고 하더라도 단지의 입지나 조망, 옵션 등에 따라 분위기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분양한 동구 범일동의 블랑써밋74는 당시 평당 평균 분양가가 3100만 원으로 원도심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초기에는 분양 실적이 저조했지만, 물건이 순차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해 현재는 분양률이 80~9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항을 조망하는 일부 중대형 고층 세대에는 최대 1억 원에 달하는 프리미엄이 붙은 것으로 전해졌다. ‘완판’이 되지 않은 아파트에 프리미엄이 붙는 일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는 향후 미래 가치 형성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현상이라 풀이된다.
동아대 강정규 부동산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와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지역 분양시장이 얼어붙었으나,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고 금리 인하 조치 등이 시행되면 서서히 미분양 적체가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며 “침체됐던 거래가 동시다발적으로 상승 전환을 할 수는 없고, 해운대구나 수영구 등 상급지를 중심으로 양극화 현상이 심화돼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부산 지역 미분양 주택은 4720세대로 직전 달에 비해 180세대 줄었다. 동구(-73세대)와 수영구(-46세대), 사상구(-21세대) 등에서 미분양 세대가 많이 감소했다.
하지만 악성 미분양이라 손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892세대로 전달에 비해 오히려 194세대가 늘었다. 사하구(185세대)와 금정구(65세대)에서 크게 증가했다. 부산의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7월 5862세대로 11년 3개월 만에 최대치를 갈아 치웠다. 이후 소폭 줄어들기는 했으나, 여전히 4000~5000세대를 유지하고 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