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민주 사무총장 부산 잠행, 냉담한 지역 민심 위기 느꼈나

입력 : 2025-03-19 23:00:00 수정 : 2025-03-20 06:3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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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빈손 회동’ 후폭풍 비상

김윤덕 18일 비공개 일정 방문
지역위원장과 연쇄 회동 가져
조기 대선 가능성 높아지는데
‘캐스팅보트’ 부산 여론 악화
‘중앙당 심각한 인식 반영’ 분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6일 부산 강서구 부산항만공사 부산신항지사 부산항 홍보관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을 만나 발언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 등에 침묵하면서 ‘빈손 회동’ 논란에 휩싸였다. 정대현 기자 jhyun@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6일 부산 강서구 부산항만공사 부산신항지사 부산항 홍보관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을 만나 발언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 등에 침묵하면서 ‘빈손 회동’ 논란에 휩싸였다. 정대현 기자 jhyun@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사무총장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사무총장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사무총장이 비공개 일정으로 부산을 찾았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 간의 ‘빈손 회동’ 갈등(부산일보 3월 7일 자 1면 등 보도)으로 차기 대선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부산의 여론이 악화되면서 직접 잠행 점검에 나선 것이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부산 민심은 여전히 냉담한 데 따른 위기감이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극도 보안 속 잠행 점검

19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사무총장은 18일 부산 모처에서 지역위원장들과 연쇄 회동을 가졌다. 김 사무총장과 부산 지역위원장들의 만남은 극도의 보안 속에서 이뤄졌다.

지역위원장들은 김 사무총장과의 회동 사실에 대해서는 시인하면서도 구체적인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역위원장은 “김 사무총장이 부산을 찾아 지역위원장들을 만난 것은 맞다”며 “세부 내용을 전할 수는 없지만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과 관련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당의 전반적 살림을 총괄하는 역할인 동시에 재정과 인사권 등 핵심 업무를 책임지는 사무총장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비밀리에 부산행에 오른 배경을 두고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민주당이 윤 대통령 탄핵 인용을 위해 여론전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부산 여론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510명을 대상으로 조사(무선 자동응답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P), 자세한 내용 여론조사심의위 참조)한 결과, ‘야권에 의한 정권 교체’ 의견은 55.5%, ‘집권 여당의 정권 연장’은 40.0%를 기록했다. 반면 부산·울산·경남(PK)에서는 정권 교체론과 연장론이 각각 50.1%, 46.6%로 두 의견 간 격차는 불과 3.5%P에 불과했다. 다른 권역이 두 자릿대 격차를 보인 것과 비교해도 확연한 대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번 김 사무총장의 부산 방문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한 민주당의 심각한 인식이 드러난 대목이라는 게 부산 민주당 인사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지역 야권 관계자는 “조기 대선이라는 중요한 시기를 앞두고 사무총장의 부산 방문은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며 “당장 현재 부산 민주당 체제에 큰 변화를 주기에는 부담이겠지만 중앙당은 어떤 형태로든 개선책을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이 ‘빈손 회동’ 때문?

이처럼 민주당 중앙당이 부산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박 시장과 이 대표의 회동 때문이라는 게 지역 정치권 중론이다.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1강 지위를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는 이 대표는 지난 6일 부산을 직접 찾아 북극항로 개척 지원 의지를 재천명하는 등 공을 들였지만 여론은 차갑게 식었다. 북극항로 개척 지원이라는 이 대표의 ‘비장의 카드’가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 특별법(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등 핵심 현안에 대한 침묵이라는 프레임에 갇히면서다.

실제로 부산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부산 방문 직후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먼저 박 시장이 회동 직후 직접 브리핑을 통해 “어렵게 자리를 마련했는데 (지역 현안에 대한 협조를) 간곡히 요청하고 설명했음에도 일언반구도 없이 냉담하게 대응했다”며 이 대표를 향한 첫 공세를 펼쳤다.

이어 부산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원 사격에 나섰으며 이 대표가 부산을 찾은 지 일주일여가 지난 시점에는 여당 소속 부산시의원들까지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특히 이 과정에 부산 민주당은 박 시장이 “사실을 왜곡했다”는 해명과 동시에 박형준 시정 전반을 비판하는 등 전선을 확대하며 반격에 나섰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했다. 이 대표와 박 시장의 비공개 간담회와 관련, “이 대표 공식 일정이 시작된 직후 부산시장은 사전 협의 없이 비공개 회동 내용을 언론에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반박했지만 결국 산은 부산 이전과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처리 등에 대한 입장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은 사실을 재확인해 준 꼴이라는 비판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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