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 중인 현대건설 지역 공공사업도 다시 따져봐야”

입력 : 2025-07-14 2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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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발 빼고 다른 사업 눈독
시의회, 제재 촉구 결의안 추진
공공입찰 전면 배제 요구할 듯
지역 공공사업 참여 실태 점검
시와 함께 실질적 페널티 논의

현대건설이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숙원사업인 가덕신공항 건설에서 발을 빼고 고리원전 1호기(위) 해체사업과 벡스코 제3전시장(조감도) 건립공사 등에 참여 의사를 밝혀 지역사회가 거세게 반발한다. 부산일보DB 현대건설이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숙원사업인 가덕신공항 건설에서 발을 빼고 고리원전 1호기(위) 해체사업과 벡스코 제3전시장(조감도) 건립공사 등에 참여 의사를 밝혀 지역사회가 거세게 반발한다. 부산일보DB

현대건설이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숙원사업인 가덕신공항 건설에서 발을 뺀 지 한 달여 만에 1조 원 이상 규모의 고리원전 1호기 해체사업 참여 의사를 밝히자 지역사회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현대건설이 눈독을 들이는 벡스코 제3전시장, 승학터널 건설 등 착공 전인 사업에서 현대건설을 배제하자는 목소리는 물론 진행 중인 사업 전반에 대한 재점검 요구도 확산되고 있다.

14일 부산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는 15일부터 열리는 제330회 임시회에서 가덕신공항 지연사태에 대한 현대건설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정부와 부산시에 실효성 있는 제재 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주도로 추진하는 이번 결의안은 오는 29일 최종 본회의 문턱을 넘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오는 23일과 24일엔 해양도시안전위원회, 건설교통위원회가 각각 건설본부와 신공항추진본부를 대상으로 현대건설의 지역 공공사업 참여 실태를 면밀히 따져볼 계획이다.

시의회 건교위는 규탄 결의안에 △현대건설의 공식 사과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제재 조치 △부산 지역 공공사업 참여 불가 등의 내용을 총망라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7월 임시회에서 부산시와 함께 실질적인 페널티 부여 방안도 논의할 계획이다. 부산시는 지난달 국토교통부에 현대건설에 입찰제한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공공입찰 전면 배제를 포함한 강도 높은 제재 요구도 결의안에 담길 예정이다. 국토교통부와 조달청에는 현대건설을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에 따라 부정당업자로 지정하고, 향후 국가와 지자체 계약입찰에서 배제해달라는 포함될 전망이다. 해당 법에 따라 부정당업체로 지정되면 지정 기간 동안 모든 종류의 공공입찰에 참가할 수 없다.

부산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서지연(비례) 의원은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부산을 배신한 현대건설, 부산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는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5분 자유발언에 나설 예정이다.

서 의원은 "한 도시의 오늘과 내일을 결정짓는 사업에 악영향을 끼친 채 새로운 이익을 찾는 태도, 이것은 공공 파트너가 아닌 투기적 이해당사자의 모습"이라며 "이런 기업에 부산의 미래사업 열쇠를 또다시 쥐여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지난 5월 30일 가덕신공항 건설 사업에서 공사기간을 둘러싼 국토부와의 이견을 좁히지 못해 참여를 공식 철회했다. 국토교통부는 공사 기간을 84개월로 제한했지만, 현대건설은 연약지반 안정화와 방파제 시공, 부지 매립 등 공정에 최소 108개월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양측 입장을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협상이 결렬되며 수의계약 절차는 중단됐다. 현대건설은 사업 철회와 함께 기본설계비에 든 약 600억 원의 비용도 포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문제는 현대건설의 이후 행보다. 수십년간 지역이 염원해온 가덕신공항 조성사업을 포기해 공사 일정에 1년 이상 지체를 초래한 현대건설이 오히려 '돈 되는 사업'에는 잇따라 손을 뻗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거세다. 현대건설은 지난달에는 벡스코 제3전시장 건립공사 수주전에 뛰어든다는 의사를 밝힌데 이어 이달에는 고리 1호기 원전 해체 사업 참여 의사를 내비쳤다.

부산 지역 시민단체와 부산시민을 중심으로는 현대건설이 지역 숙원사업은 외면하고 수익성 높은 사업에만 눈독을 들인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부산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정한 조건을 뒤집으면서 지역 숙원사업을 나 몰라라 포기한 현대건설이 고리 1호기 해체사업에 참여하겠다고 하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부산을 무시하고 돈 되는 사업에만 관심을 가지는 현대건설에 대해 문제가 없는지 철저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 시민들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강서구에서 30여 년을 거주한 정 모(33) 씨는 "가덕신공항을 놓고 부산을 상대로 장사하려다 조건이 안 맞자 빠진 것"이라며 "책임 있는 기업이라면 애초에 사업 의지와 입장을 제대로 밝혔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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