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조권 침해에 교통대란 우려"…120m 고층 아파트 개발에 남천동 일대 주민들 반발

입력 : 2025-06-08 16:09:11 수정 : 2025-06-08 18: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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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밋 리미티드 남천’ 개발 사업 본격화
공공기여 없이 40층 아파트 개발 추진
일조권과 교통난 등 일대 주민 피해만
법적 문제 없다지만 ‘공공성’은 실종
주민 민원 잇따르며 법적 대응 검토도

최고 높이 120m에 달하는 ‘써밋 리미티드 남천’ 아파트가 들어설 부산 수영구 옛 메가마트 부지. 부산일보DB 최고 높이 120m에 달하는 ‘써밋 리미티드 남천’ 아파트가 들어설 부산 수영구 옛 메가마트 부지. 부산일보DB

부산 수영구 남천동 옛 메가마트 부지에 들어서는 고층 아파트 ‘써밋 리미티드 남천’ 개발을 두고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대규모 개발 사업임에도 일대 주민 피해 등을 고려한 공공기여는 전무한 반면, 지역 주민들이 일조권 침해와 교통 혼잡 등 각종 부담만 떠안아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8일 수영구청에 따르면 써밋 리미티드 남천의 시행과 시공을 맡은 대우건설은 다음 달 착공하고 입주자 모집공고를 낼 계획이다.

이 단지는 지하 5층~지상 40층, 5개 동 835세대 규모로 조성된다. 남천동 옛 메가마트 부지에 들어서는 만큼 입지와 조망권, 고급 설계를 내세운 하이엔드 주거 단지로 이목을 끌고 있다.

그러나 착공을 앞두고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구청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이달까지 남천동 일대 주민들이 제기한 민원은 60건에 달한다.

주민들은 일조권과 조망권, 녹지권 침해 등 생활 전반의 피해와 불편을 우려하고 있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50대 주민은 “바로 뒤편 아파트는 20층 남짓인데, 앞에 40층이 들어서면 햇빛도 조망도 다 가로막힌다”며 “거대한 콘크리트 벽이 생기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일부 주민들은 최근 부산의 한 정비사업장에서 일조권 침해를 인정받아 위자료와 아파트 시세 하락분을 지급받은 법원 판결을 근거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공기여가 전혀 없다는 점도 주민 반발을 키우고 있다. 인근 뉴비치, 삼익비치 아파트 등이 재건축 과정에서 공원 조성 등 다양한 공공기여 계획을 밝히고 있는 것과는 달리, 써밋 리미티드 남천은 도로나 공원 등 공공시설 기부채납 없이 인허가를 받았다.

이처럼 기반시설 확충 없는 개발이 진행되면서 일대 교통난도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부산 광안대교 남단에서 황령터널로 이어지는 황령대로 일대, 특히 대남교차로와 용호동 메트로시티~W아파트 구간은 부산에서 대표적인 상습 정체 구간으로 꼽힌다. 출퇴근 시간대 병목현상이 극심해 시민들의 교통 불편이 꾸준히 제기돼 온 데다, 뉴비치·삼익비치 등 주변 단지들의 재건축까지 맞물릴 경우 교통 혼잡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동아대 부동산대학원 강정규 원장은 “기부채납이 법적 의무가 아니더라도, 지자체와 시행사가 지역 여건을 감안해 공공성을 확보할 방안을 함께 고민할 필요는 있다”면서 “입지 좋은 도심에 들어서는 대단지인 만큼, 주변 환경과 인프라에 대한 고려가 있었더라면 주민 반발 등 지역사회와의 마찰을 최소화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영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관련 법령과 가로구역별 높이 기준에 따라 인허가를 진행한 사안”이라며 “행정 절차상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측은 인허가 과정에서 일조권과 조망권 문제를 검토했으며, 법적 기준을 충족한다는 전제 아래 인허가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무리하게 층수 상향을 하면서 공공기여를 하는 방식은 사업성 측면에서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며 “앞으로 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음·분진 등 안전 관리에도 주민들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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