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럽터(disruptor) 전략’은 기존 시장의 규칙이나 구조를 흔들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거나 기존 시장을 뒤흔드는 전략을 말한다. 트렉스타는 디스럽터 전략에 딱 맞는 예시였다. 기존 끈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보아 시스템을 선보인 후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보여줬던 트렉스타의 ‘신선함’은 표준이 돼버렸다.
그동안 예전 명성을 되찾으려고 절치부심해 온 트렉스타가 핸즈프리라는 새로운 무기를 세상에 선보이며 시장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
■‘보아’ 업그레이드 버전, 판 흔들까
트렉스타는 지난해 5월 핸즈프리 시스템을 적용한 신발을 새롭게 선보였다. 핸즈프리 시스템은 신발을 신은 상태에서 발뒤꿈치로 뒤축의 롤러를 뒤로 끌어당기면 신발 끈이 조여지고, 뒤꿈치로 뒤축 버튼을 누르면 끈이 풀어지는 시스템이다.
핸즈프리 시스템은 한국인 생활 문화를 겨냥했다. 실내외를 오가느라 하루에도 몇 번씩 신발을 신고 벗는 문화에 최적화된 시스템이다. 손을 쓰거나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돼 몸이 불편한 이들에게도 편리한 신발이다.
핸즈프리 시스템은 2014년부터 트렉스타가 갈고닦은 기술이다. 이미 2015년 세계 최대 아웃도어 스포츠용품 박람회인 ISPO에서 최고상인 황금상과 아시아 대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한 제품으로 동시에 상을 두 개를 받는 것은 처음 있는 일로 그만큼 핸즈프리 기술의 발상과 아이디어를 높게 평가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트렉스타 권동칠 회장은 “보아 시스템이 현재 신발의 디자인과 기능성을 바꿨듯 핸즈프리 시스템도 신발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직 시장 반응이 그렇게 뜨겁지는 않다. 하지만 트렉스타는 시간이 지나면 신발 제조의 뉴노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2005년 트렉스타가 처음 세상에 선보인 보아 다이얼 시스템 역시 2년간 매출이 나지 않았다. 보아 다이얼 시스템은 다이얼로 신발끈을 묶고 푸는 방식이다. 기존 신발끈의 벽이 그만큼 단단했고 시장도 처음엔 ‘굳이’라고 반응했다. 그러나 지금은 생산되는 신발의 40% 이상이 보아 시스템을 착용하고 있을 정도로 업계 흐름을 바꾼 기술로 평가된다.
■또 다른 무기 ‘편한 드레스 슈즈’
트렉스타는 라인업 다양화도 꾀하고 있다. ‘트레킹 전문화’라는 기존 이미지를 넘어야하기 때문이다. 올해 9월, 정장에 잘 어울리는 드레스 슈즈, 라이프 스타일화, 스포츠화 등 3가지 라인의 핸즈프리 신제품을 세상에 출시할 예정이다. 신제품으로 내수 시장도 넓히고 아웃도어 시장 위축에도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권 회장은 “핸즈프리 시스템은 임산부, 허리 통증 있는 분들에게는 인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편하게 일상화를 신고 싶다는 요청이 많아 라인업을 다변화했다”고 말했다.
신무기는 내수 시장 입지 강화가 주 목적이다. 최근 러닝의 인기에 맞춰 트레일러닝화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권 회장은 “수출 시장에 매출이 집중돼 있어 외부 환경에 약한 부분이 내수 시장 입지 확보를 위해 투자 유치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능성으로 해외 특수화 시장도
2011년부터 공공기관에 납품해 온 군화 경찰화 등은 트렉스타 주요 캐시카우였다. 일반 전투화는 물론 방한화, 러닝화, 장군화 등 라인업도 다양하다. 동계패딩, 다목적 방탄복, 소방 기동화, 경찰 순찰화, 목찔림 보호대 등도 생산해 납품 중이다.
해외 시장은 여전히 트렉스타의 무대다. 트렉스타는 최근 노르웨이의 방탄방검복 사업, 스웨덴의 방검복 사업에 참여해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K방산의 인기와 함께 해외 특수화, 특수복 시장에서 한국 제품에 인기가 높다는 점을 겨냥한 도전이다.
유럽 헌팅화 시장 개척에도 나섰다. 유럽에서 사냥은 나무 위 등에 숨어서 사냥감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잠복 형태다. 춥고 습한 기후를 견딜 헌팅화가 필요하다. 트렉스타는 히팅 기능 헌팅화를 개발해 지난해 유럽 시장에 8만 족을 팔았고 매년 2배 이상 판매량이 늘고 있다. 권 회장은 “트렉스타의 성장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