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밀착한 북중러… 난도 높아진 남북미 대화 구상

입력 : 2025-09-03 16:40:03 수정 : 2025-09-03 16:4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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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진핑, 푸틴 3각 연대 강화
中 전승절 계기로 북중러 동맹 공고히
이 대통령 앞서 '한미일' 공조 강화
한반도 둘러싼 '북중러 대 한미일' 구도 분석도
유엔총회, 경주 APEC…北 대화 이끌 장
대통령실 입장 자제하면서도 상황 예의주시

3일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TV에서 방영되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에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TV에서 방영되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에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80주년 행사에 참석, ‘북중러 밀착’ 행보를 강조면서 정부의 남북미 대화 로드맵 구상이 더욱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 함께 사실상 반서방 연대를 과시함에 따라 한미일 공조를 강조한 이재명 대통령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북중러 밀착 강화 분위기에 대해 “대통령실 차원의 특별한 평가는 없다”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행사에서 김 위원장과 시진핑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내내 붙어다니며 북중러 공조 관계를 과시했다. 시 주석은 특히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을 계속 챙겼고, 이 장면은 카메라에 고스란히 포착됐다. 시 주석은 행사장에 들어서는 외국 귀빈들을 영접하면서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과 악수 시간엔 더 긴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한 손으론 상대방 팔을 터치하는 등 북한과 러시아 정상을 향해선 유독 친밀감을 드러냈다. 기념 촬영에서도 시 주석 오른쪽에 푸틴 대통령, 왼쪽엔 펑리위안 여사를 끼고 그 옆에 김 위원장이 섰다. 이른바 반서방 연대의 핵심 국가 정상들이 시 주석을 중심으로 뭉친 모양새다.

외신들도 북한과 중국, 러시아 정상의 관계에 집중하면서 이같은 상황은 공교롭게도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를 부각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한일,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며 한미일 공조 강화를 천명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이 대통령은 일본과의 관계를 거듭 강조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한미일 관계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이같은 메시지가 발신된 지 불과 일주일 여 만에 중국 전승절 행사에서 김 위원장이 북중러 동맹 관계를 전면에 내세운 셈이다.

이날 부각된 북중러 연대는 상호 이해관계에 따라 설정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이 세계질서 재편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선 반서방 연대 중 하나인 북러의 지지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러시아도 중국과 북한은 든든한 우군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핵심 효과인 경제협력에 더해 중러와의 동맹 강화를 토대로 한국과 미국의 비핵화 압박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중러와 강하게 손을 맞잡으면서 이 대통령이 유도한 남북·북미 대화의 난도는 더욱 높아지게 됐다. 정부는 당장 오는 23일 미국 뉴욕에서 개최되는 UN(유엔)총회와 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남북미 대화를 이끌 기회의 장으로 꼽고 있다. 이 대통령은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에 참석해 첫날 기조연설에 나서고, 다음날 열리는 회의도 직접 주재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대북 메시지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북중러 유대 관계가 고착된 상황 속 이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 여부에 이목이 더욱 쏠린다. 경주 APEC에 김 위원장의 참석이 안갯속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참석한다면 김 위원장의 참석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만일 김 위원장이 참석할 경우 남북, 북미 관계에 물꼬가 트일 수 있는 가능성도 점쳐진다.

대통령실은 입장 표명을 자제하면서도 북중러 관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우리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주변 국가들에 대해서는 늘 면밀하게 살피고 있다”면서 “한반도를 비롯한 국제 정세가 복잡다단한 형태로 흐르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당연히 (북중러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대통령실 차원의 특별한 평가는 없다. 이 정도 입장에서는 달라진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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