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십 년간 공동주택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주거 형태로 자리 잡으면서 노후 주택 관련 미미한 법적 규정이 보완돼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한다. 경남 김해시에서도 시민의 70%가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만큼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김해시 공동주택 현황을 보면 지난 7월 기준으로 준공 30년 이상 된 노후 단지는 전체 318개 중 91개로 집계됐다. 공동주택 3곳 중 1곳이 노후 주택인 셈이다. 이것도 사용검사된 공동주택에 한정한 것이어서 실제 노후 단지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김해시는 주택이 사유재산인데 다 법 규정이 약해 공적 관리가 어렵다는 반응이다.
김해시 공동주택과 측은 “지자체 관리 대상은 사용검사를 받은 공동주택이다. 건축허가를 받는 일부 소규모 공동주택은 제외된다”며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관리 대상의 안전 점검 이행 여부, 층간소음, 관리비 회계, 장기수선계획에 따른 충당금 사용 등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소규모 공동주택의 안전 관리는 공동주택관리법 제34조에 나와 있다. 지자체장이 시설물에 대한 안전관리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안전 점검을 할 수 있지만, 강제성은 없다. 소유주들이 재원을 마련해 관리해야 하는데 주민 대부분이 이에 응하지 않아서 자체 관리도 쉽지 않다.
주민들은 전기·수도료와 달리 장기 수선에 대한 예산 집행은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규모 공동주택은 비의무 관리 대상이라 현황 파악을 안 하므로 점점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경향이 있다. 제도적인 장치가 강화돼야 행정이 관리하기에도 좋다는 게 김해시 측의 설명이다.
심지어 건축물대장에 없는 유령 건물도 종종 등장한다. 김해시 외동 주택가에 있는 N 연립 2개 동은 등기부등본에는 있지만 건축물대장에는 없다. 건축물대장이 안전 점검을 포함한 모든 행정 집행의 지표가 된다는 점에서 누락 시 문제가 될 수 있다.
김해시 건축과 관계자는 “사용승인(준공)이 나야 건축물대장과 등기부등본이 차례로 만들어진다”며 “지금 사용하는 건축행정시스템(세움터)은 2007년 구축됐다. 이전 것은 수기 대장을 찾아야 하는데, 날짜별로 작성돼 있어 찾기가 어려워 누락 사유를 확인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칠산서부동에서도 같은 사례를 본 적이 있다. 종종 있는 일이다. 간혹 소유권 이전 문제가 있어서 사용승인과 건축물대장이 없어도 등기부등본에 올려주는 것으로 안다”며 “사유재산이므로 지자체가 관리하지 않는다. 건축물 현황을 다 알 수는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노후 주택의 안전 문제가 대두되자 김해시는 별도의 안전점검팀 신설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도 노후 공동주택이 급증하는 추세에 따라 이제는 그에 따른 안전 지침도 재정비해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인제대 박재현 교수는 “과거 건축 방식은 내진설계 등 많은 부분에서 지금과 달랐다”며 “외부 환경 변화와 노후 주택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 등을 고려하면 지자체는 지금이라도 현실에 맞게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주민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