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열린 국제 드론 축제가 사전 예고도 없이 25분가량 늦게 시작되고 갑작스럽게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22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8시 30분 북항친수공원 일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부산월드드론페스티벌’이 약 25분 늦은 오후 8시 55분께 시작됐다. 행사 지연에 대한 별다른 안내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행사장을 찾은 시민과 관광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야외에서 기다려야 했다.
뒤늦게 행사가 시작됐지만 문제는 계속됐다. 이날 행사는 일본·중국·미국팀이 각 10분가량 드론 공연을 펼칠 예정이었다. 일본팀 공연으로 행사장 분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이어진 중국팀 공연이 갑자기 중단됐다. 급기야 오후 9시 35분께 행사장 전광판에는 ‘GPS 통신장애로 인해 행사가 종료되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메시지가 송출되면서 행사가 완전히 종료됐다. 행사가 도중에 끝나면서 중국팀 공연 이후 예정된 미국팀 공연과 관람객 현장 투표도 모두 취소됐다.
행사를 주최한 부산시는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과정이 일부 미숙했다고 인정했다. 이날 드론페스티벌에 앞서 같은 장소에서 부산재즈페스타가 열렸는데, 마지막 무대에 선 가수의 앵콜 무대로 공연이 예상 외로 길어지면서 이어지는 행사도 늦춰졌다는 것이다.
또한 부산시는 갑작스러운 행사 중단은 인근에서 출항한 선박에서 강한 전파가 송출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애초 해당 선박은 일본팀 공연이 끝난 뒤 쉬는 시간에 출항 예정이었는데, 행사가 늦게 시작하면서 중국팀 공연 시간과 겹친 것이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은 부산시의 허술한 운영과 대응에 불만을 쏟아냈다. 앞서 부산시는 드론페스티벌에 대해 ‘드론 5000대가 투입되는 국내 최대 규모이자, 최초의 국제 경연 행사’로 적극적으로 홍보해 왔다. 이날 행사는 부산의 대표 축제·행사를 통합 운영하는 브랜드 ‘페스티벌 시월’의 일부이기도 하다.
가족과 함께 공연을 보기 위해 행사장을 방문했다는 한 시민은 “기대하고 늦은 시간까지 기다렸는데 실망했다”며 “국제적인 행사라고 하기엔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행사가 취소된 이후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부산시청 관광마이스산업과 관계자는 “선박에서 강한 전파가 계속해서 발생하면 드론이 영향을 받아 추락하는 등 안전사고가 일어날 수 있어 매뉴얼에 따라 공연을 중단했다”며 “앞서 열린 재즈 공연이 길어질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