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22일 “(한미 간) 통화 스와프 없이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3500억 달러를 인출해 전액 현금으로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국익 최우선’을 내세우고 있는 이 대통령이 미국과의 후속 관세 협상에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UN(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순방길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이날 보도된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한국과 미국의 관세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는 게 목표”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한미 간 투자 프로젝트의 실행이 필요하다고 밝히면서도 세부사항 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미국을 향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상업적 합리성을 보장하는 구체적인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현재의 핵심 과제로, 이는 가장 큰 걸림돌로 남아있기도 하다”며 실무급 협의에서의 제안들은 상업적 타당성을 보장하지 못해 양국 간 이견을 메우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과 미국은 지난 7월 구두 합의 무역 협정에서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를 인하하고, 한국이 그 대가로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는 방안을 포함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협상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우리는 이 불안정한 상황을 가능한 한 빨리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과의 무역 합의를 포기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는 “혈맹 간에 최소한의 합리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보도된 로이터 통신 기사는 한국 시간으로 이 대통령이 미국으로 향하는 항공기에 탑승하기 직전 공개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취임 후 첫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으로 출국했다. 이번 유엔총회 일정은 지난 7월 이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행사 이후 석 달 만의 다자외교 무대다.
이날 오전 11시께 이 대통령은 짙은 회색 정장에 남색 넥타이 차림으로, 김혜경 여사는 하늘색 정장을 입고 서울공항에서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탑승했다. 출국 행사에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 조승래 사무총장, 제임스 헬러 주한미국대사관 공관차석 등이 참석해 이 대통령 부부를 배웅했다. 이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22일 뉴욕에 도착,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와 미국 상·하원 의원단 등에 대한 접견을 시작으로 3박 5일간의 일정을 소화한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