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오는 30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부산을 방문해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2005년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다자간 정상회의 기간에 열린 개별 정상회담을 제외하고, 오로지 정상회담만을 위한 장소로 부산이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이 세계 외교 무대 중심으로 발돋움하는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24일 지역 외교가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가 오는 30일부터 내달 1일 부산을 찾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시바 총리가 30일 부산의 모 호텔에 투숙하는 것 또한 본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 기간 중 이시바 총리는 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 자리는 지난달 23일 일본에서 진행된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이시바 총리의 답방 형식이며 당시 이 대통령이 “다음에는 한국의 지방에서 만나고 싶다”고 말한 데 대한 후속 만남이다.
일본 주요 언론들은 일찍이 이번 한일 양국 정상회담 소식을 앞다퉈 보도하며 많은 관심을 보여 왔다. 다만 대체로 ‘조율 중’이라는 뉘앙스였고, 한국 대통령실에서는 대통령의 공식 일정을 일체 밝히지 않아 ‘가능성’ 이상의 전망을 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본보 취재 결과 이시바 총리의 부산 방문 일정이 확인되면서 정상회담 일정도 함께 구체화됐다.
부산에서 정상회담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부산 APEC 정상회의(2005년),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2014, 2019년) 등 다자간 정상회의에 모인 각국의 정상들과 개별적인 정상회담이 열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큰 행사 없이 오로지 정상회담만을 위해 두 나라의 정상이 부산에 모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상회담 장소를 부산으로 정한 데에는 한국과 일본 모두 젊은 층의 수도권 집중과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지방 소멸’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데 양국의 정상이 인식을 함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참의원(상원) 선거 패배로 퇴진 압박을 받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자민당 총재를 사임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자민당은 22일 총재 선거를 고시한 뒤 다음 달 4일 투개표하기로 했다. 이에 부산은 그의 임기 중 마지막 해외 방문지이자 ‘고별 외교’ 무대가 될 전망이다. 이시바 총리는 부산 모처에 있는 호텔에 머무르며 자신의 외교적 유산을 정리하고, 한일 관계 개선과 같은 주요한 성과를 차기 정권에 이양하는 방안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에게 있어서도 이번 정상회담은 의미가 크다. 취임 두 달 만에 이 대통령은 일본행에 올라 이시바 총리와 한일 관계 개선은 물론 셔틀외교 복원을 합의해 실용 외교의 기반을 마련하며 주목을 받았다.
지역에서는 이번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부산이 세계 정상들의 외교 무대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부산은 APEC 정상회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등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바 있다. 여기다 지금껏 양국 정상회담은 서울, 도쿄 등 수도를 중심으로 개최돼 온 까닭에 이번 ‘부산 정상회담’이라는 도전은 외교적인 파격이자 새로운 시도로 여겨진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