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창고’ 틈만 나면 서울로? 자고나면 말 바꾸는 예탁원

입력 : 2025-11-06 2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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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추진하다 부산으로 선회
내부 반발 핑계로 다시 번복
“부산으로 결정된 것 없다” 밝혀
부산시 “시민 저항 직면할 것”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직원이 골드바 제품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직원이 골드바 제품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속보=금 거래량 증가로 실물 금 보관시설 증설 필요성이 커지자 한국예탁결제원이 부산이 아닌 수도권 내 증설을 추진해 논란(부산일보 11월 4일 자 1면 보도)을 빚은 가운데, 입지 문제를 놓고 내부에서 반발이 커지자 사 측이 입장을 번복해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예탁원은 앞선 보도와 관련해 지난 3일 밝혔던 “‘최대한 부산 내에 건립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부산에 짓겠다고 한 적이 없다’”고 입장을 6일 번복했다. 지역 내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부산 건립 노력 의사를 밝혔다 다시 한 발 빼는 듯한 모양새로 돌아선 것이다.

예탁원 내부에서는 본보 보도 이후 수도권 내 건립을 주장하는 이들의 반발이 거세졌고, 실제로 일부는 경영진과의 면담 자리에서 이를 표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남구 문현동 문현금융단지와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남구 문현동 문현금융단지와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본보는 물론 지난 4일 부산시에도 최종적으로 “단기적으로는 서울의 조폐공사 등에 금 보관을 하고, 장기적으로는 부산에 부지를 마련해 짓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내부 반발이 거세지자 며칠 만에 다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상당한 불쾌감을 표했다. 시 관계자는 “예탁원 고위 관계자가 찾아와 부산에 보관시설 건립 시 수익을 따지기에 공공의 사업은 돈으로 따질 수 있는 게 아니며 공공기관이 해야 할 공적인 역할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면서 “현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말 바꾸기를 하거나 현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정책과 국가균형발전에 역행하는 결정을 내릴 시 부산 시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거래소(KRX)를 통한 금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금 실물을 위탁관리하고 있는 예탁원의 금 보관시설 부족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KRX 금 거래는 예탁원에 실물을 예탁한 상태에서만 가능한데, 인출 시 부가가치세 때문에 반환 사례는 많지 않아 보관량만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예탁원은 새 보관시설을 본사가 있는 부산이 아닌 수도권에 짓기 위해 국토교통부에 문의했고, 시에도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현행 균형발전법상 지방 이전 기관이 인원이나 시설을 수도권에 증설할 경우 지자체와의 협의를 거쳐야 하고 지방시대위원회의 심의도 거쳐야 한다. 시는 최근까지 세 차례 협의에서 강한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시는 특히 “실제 10% 부가가치세 때문에 금 보관량에 비해 반환 사례는 매우 적어 수송 비용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금 거래가 서울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진다는 주장을 펼치는데, 장기 보관해야 할 금은 부산에 두고 입출이 빨리 이뤄져야 하는 건 서울에 두면 된다. 부지 비용만 따져도 수도권보다 부산이 훨씬 좋은 조건”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부산 본사 기관은 신증설을 부산에 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고, 2차 공공기관 이전과 국가균형성장 정책을 펼치는 정부 정책 방향을 고려해도 답은 명백한데 내부 반발을 핑계로 입장이 오락가락 하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기회만 되면 서울로 돌아가려고 하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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