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하 부산시 미래전략보좌관. 부산일보DB
부산에서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유치원의 대표가 부산시청 현직 보좌관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형준 부산시장의 미래 전략을 총괄하는 핵심 참모가 자신이 설립한 유치원에서 아동학대 의혹이 불거진 만큼 공직자로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명된 지 반년도 되지 않은 보좌관이 지역 사회에서 물의를 일으키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박 시장의 정무적 부담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4일 교육부 유치원·어린이집 정보공시에 따르면, 전성하 부산시청 미래전략보좌관(3급 상당)은 부산 강서구 A 유치원의 대표(설립 이사장)를 맡고 있다. 사립인 A 유치원은 설립 이사장과 원장을 별도로 두고 있다.
문제는 최근 A 유치원이 아동학대 의혹으로 경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는 점이다. 부산 강서경찰서는 지난 2일 A 유치원에서 교사가 수업 중 아동을 학대했다는 신고를 접수해 수사 중(부산일보 12월 4일 자 10면 보도)이다. 신고한 학부모는 “교사가 아이를 원통에 넣고 매트로 눌렀다” “아이가 숨이 막혀 악을 쓰며 울었다”며 지역 커뮤니티 게시판에 글을 게재했다. A 유치원은 지난 3일 학부모들에게 “본 유치원이 아동학대 신고를 받아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문자 공지를 보내고, 같은 날 오전 10시 30분 유치원 강당에서 설명회를 열어 관련 사실을 알렸다.
강서경찰서는 유치원 CCTV 등을 확보한 뒤 사건을 부산경찰청에 이첩할 예정이다. 교육계에서는 CCTV에 상황(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5120420220839880)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최근 관련 기준이 엄격해진 점을 고려하면 아동학대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A 유치원 측은 논란이 된 행동이 학대가 아니라 놀이 과정에서 발생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웨스코 동작놀이’는 뛰기·넘기·구르기·터널 통과 등 대근육을 활용하는 활동인데, 당일 해당 유아가 계단을 슬라이딩하거나 원형통을 두드리는 등 위험한 행동을 보여 교사들이 이를 제지했다는 설명이다. 이후 선생님이 “수업이 끝나면 좋아하는 원통으로 따로 놀아주겠다”고 아이에게 약속했고, 이후 말랑한 소재의 원형 터널을 이용해 놀아주다 아이가 그만 놀겠다고 하자 교실로 돌려보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역에서는 박형준 부산시장의 미래 전략을 맡는 핵심 보좌관이 대표로 있는 유치원에서 아동학대 의혹이 제기된 것을 두고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전 보좌관은 지난 8월 미래전략보좌관으로 임명됐는데, 부임한 지 반년도 되지 않아 자신이 설립한 유치원이 학대 의혹에 휘말리면서 이번 사안이 박 시장에게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 보좌관은 2020년 국민의힘에 입당한 뒤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예비후보로 출마했으나 경선에서 탈락해 박형준 당시 후보 캠프에 참여했다. 지난해 부산 해운대갑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했지만 공천을 받지 못했다. 올해 초 부산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 보수 진영 후보군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전 보좌관은 <부산일보>와의 통화에서 “사립 유치원은 설립자가 원장을 겸하는 경우가 많지만 A 유치원은 대표와 원장이 완전히 분리돼 있다”며 “저는 운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아 이번 일을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확한 사실 관계는 경찰 수사 결과를 봐야 밝혀질 것 같다. 학대가 있었다면 해당 교사든 누구든 처벌 받아야 한다”면서 “대표로서 제게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