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15일 국회의원회관 전재수 의원실 압수수색에 나선 경찰 관계자들이 압수물을 박스에 담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의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한 강제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진술을 번복하는 가운데, 경찰이 결정적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향후 수사 향배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경찰은 통일교 한학자 총재의 금고에서 발견된 280억 원 규모 뭉칫돈의 출처와 자금 흐름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15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청 특별전담수사팀은 이날 오전 9시께부터 서울 용산구 통일교 서울본부와 통일교의 본산인 천정궁을 포함해 전 전 장관의 국회의원실과 자택, 임종성 전 민주당 국회의원과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자택 등 총 10곳에 수사관을 보내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통일교 한학자 총재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수감된 서울구치소와 김건희 특별검사팀(민중기 특검팀) 등도 올랐다.
전 전 장관은 2018년 무렵 현금 2000만 원과 1000만 원 상당의 고가시계 1점을 받은 혐의, 두 전직 의원은 2020년 4월 총선 무렵 각각 약 3000만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이들은 모두 금품 수수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전 전 장관은 이날 SNS를 통해 불법적인 금품 수수 등의 일은 추호도 없었다고 주장했고, 김규환 전 의원은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이 이날 집행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이들 3명 외에 한 총재도 뇌물공여죄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피의자로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담팀이 본격 강제수사에 착수하면서 관련자 소환조사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경찰은 통일교 회계 자료와 각종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보고 문건 등을 확보해 교단 자금이 불법적으로 정치권에 흘러 들어갔는지 여부를 규명할 방침이다. 또한 로비에 사용된 것으로 지목된 명품 시계 등의 행방을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수사 과정에서 한 총재 개인 금고에서 발견된 280억 원 상당의 현금이 수사의 스모킹 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 7월 천정궁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이 거액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금원은 한화와 엔화, 미화 등 현금 다발 형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수사 당국은 이 현금의 출처와 사용 경위가 정치권 로비 자금과 연관됐는지 여부도 정조준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지난 10일 23명 규모 전담수사팀을 꾸린 지 5일 만에 본격적인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날 민중기 특검팀으로부터 사건 기록을 넘겨받은 뒤 지난 11일 전재수 전 해수부 장관과 임종성·김규환 전 의원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전 전 장관은 뇌물수수 혐의, 임종성·김규환 전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