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고성에 사업장을 둔 해상풍력 전문 기업 SK오션플랜트 매각 협상이 다시 안갯속이다.
지난해 9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도 지역 사회 반발에 부딪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자 협상 기한을 또 한 번 연장했다.
벌써 3번째로 지역민은 물론 지자체, 정치권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상황이라 협상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SK오션플랜트는 30일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 지분매각과 관련한 우선협상대상자 협상 기간을 상호 협의에 따라 3개월 연장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시는 2025년 11월 25일 제출한 투자판단 관련 주요경영사항 공시에 대한 정정이다.
회사는 디오션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기존 내용은 유지하면서, 우선협상 기간 종료 시점을 기존 2026년 1월 이내에서 ‘2026년 4월 이내’로 변경했다.
이번 연장은 세 번째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9월 1일 디오션 컨소시엄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하고 같은 해 10월 안으로 본실사,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등을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역 사회의 강한 저항과 부정적 여론에 부담을 느낀 핵심 투자사가 발을 빼면서 난항을 겪자 협상 기간을 4주 연장했다.
이후 11월 말 기간 만료가 다가오자, 다시 2개월을 더 연장했다.
다만 이번에는 처분대상 관련 내용이 함께 공시됐다.
‘협의 기간이 도과하더라도 매도인은 2027년 3월 31일까지 대상 주식을 본 거래와 무관한 제3차에 처분하지 않기로 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공시한 기한이 만료되더라도 내년까지는 디오션 컨소시엄과 매각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의미라는 분석이 나온다.
거래 대상은 SK에코플랜트가 보유한 SK오션플랜트 경영권 지분 36.98%다.
가격은 4000억 원대 중반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SK오션플랜트가 제작한 세계 최대 규모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이 수출길에 올랐다. 1기당 최고 높이 94m, 무게 2200t으로 아파트 30층 높이에 A380 항고기 8기를 합친 중량이다. 부산일보DB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옛 삼강엠앤티를 인수해 이듬해 2월 사명을 SK오션플랜트로 바꿨다.
이후 과감한 투자와 시장 공략으로 명실상부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분야 아시아 1위 해상풍력 전문 자회사로 키워냈다.
지난해에는 양촌·용정일반산업단지에 1조 1530억 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생산기지를 건설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며 ‘기회발전특구’ 지정까지 받아냈다.
하지만 최근 7조 원대 차입금에 따른 부채 압박이 커지자 알짜 자회사인 SK오션플랜트 매각에 나섰다.
문제는 매각 대상이다.
우선협상대상자인 디오션 컨소시엄은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의 측근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신생 사모펀드 디오션자산운용이 주관사다.
디오션 측은 전략적 투자자(SI)인 오성첨단소재와 하나은행 인수금융으로 인수 자금 대부분을 마련할 예정이다.
오성첨단소재는 디스플레이용 필름 제조업체로 신사업 추진 일환으로 컴소시엄에 참가했다.
매각 절차가 마무리되면 오성첨단소재가 새 최대주주가 된다.
이를 뒤늦게 인지한 지역 사회는 발끈했다.
대기업인 SK그룹 이탈로 인한 상실감과 사모펀드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업 축소와 투자 중단, 고용 위축이 불 보듯 뻔하다는 우려도 컸다.
SK오션플랜트 사업장이 있는 고성 동해면 주민들로 구성된 동해면발전위원회는 최근 ‘SK 매각 반대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지난달 28일 주민 반대 집회를 열었다. 부산일보DB
당혹감을 넘어 배신감마저 느낀 지역민들은 범군민대책위를 꾸리고 매각 저지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여기에 지자체, 상공계는 물론 여야 정치권까지 한목소리로 압박 수위를 높였다.
경남도와 고성군 등 지자체에 특구 사업 시행자 변경 승인 권한을 쥐고 있어 지역 여론을 무시하고 최대주주가 바뀌면 변경 승인이 거부되거나 아예 특구지정이 취소될 수도 있다.
디오션 측은 뒤늦게 지역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현재 고성군 주민 반발은 처음 매각 소식이 알려진 이후보다는 누그러진 상태로 전해진다.
반대로 신생 사모펀트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해 단기간에 지역 사회를 설득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자체나 정치권 입장에선 여론이 중요한데, 지방선거가 코앞이라 확실한 보증이 없다면 기존입장을 번복하기 어렵다”면서 “이번 공시에 추가된 처분대상 내용도 지방선거 전후까지를 염두에 둔 장치로 보인다”고 짚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