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환경 개선을" 리노공업 노조 결성

입력 : 2026-05-28 18:4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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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매각 공시 불안감 확산
"반도체 호황에도 기형적 임금"

부산 강서구에 위치한 리노공업 본사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강서구에 위치한 리노공업 본사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시가총액 1위인 반도체 대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인 리노공업 직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 최대주주가 대규모 지분 매각에 나선 상황에서 살인적인 노동과 기본권 침해에 대한 고발까지 터져 나왔다. 반도체 초호황의 그늘이라는 지적과 함께 지역 첨단 제조기업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28일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 리노공업지회에 따르면 리노공업 노조는 지난 3월 결성됐다. 1978년 설립돼 2001년 코스닥에 상장한 리노공업에서 노조가 결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에는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인 350여 명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지난 6일 부산고용노동청 앞에서 노동환경 개선과 성실 교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 결성 배경으로는 회사의 불통과 열악한 노동인권·환경, 기형적인 임금 구조를 들었다.

노조는 “리노공업은 몇 해 전부터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 중이며 올해 전망 매출액은 대략 4290억 원으로 추정되지만, 그 이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삶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며 “지난해부터 회사가 고용노동부에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하면서 한 주에 60시간이 넘는 살인적인 노동을 견디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의 감시·통제와 기본권 침해도 지적했다. 노조는 “연차휴가 사용조차 자유롭지 않고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무단결근 처리하겠다며 사내게시판에서 노동자들을 통제하고 있다”며 “외출은 제한되고 휴게시간에는 체조 참여가 강요되어 왔으며 휴게 공간도 제대로 없어 작업 중간 휴식시간에는 작업대 위나 바닥에 앉아 쉬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고정성 임금보다 연말 성과급 비중이 높은 기형적 임금 구조를 가지고 있다 보니, 함께 일하는 동료는 분업하고 협력할 상대가 아닌 잠재적 경쟁자로 전락한 지 오래되었다”며 임금 구조 개선도 요구한다.

특히 최근 최대주주인 이채윤 대표가 보유 주식 700만 주(약 8631억 원 규모, 회사 전체 주식의 9.18%) 블록딜에 나서면서 현장 노동자들의 불안감도 크다.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리노공업이 인수합병(M&A) 시장 매물로 등장할지에 촉각을 세운다.

리노공업 노사는 지난 14일 착수 회의를 시작으로 지난 21일과 이날까지 교섭을 진행했지만, 노조는 이날 교섭 중단을 선언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노조의 정당한 교섭 요구에도 불응하다가 어렵게 시작된 교섭에서도 진행 방식에 대한 합의만 고집해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며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리노공업 측은 "킥오프와 실무교섭에 이어 오늘 본교섭을 진행했는데 노조가 결렬을 선언해 내부적으로 당혹스러운 상황"이라며 "현재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