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왼쪽) 강서구청장이 16일 부산시청 앞에서 생곡소각장 조성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우성빈 기장군수는 지난 7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죽도 매입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서구청·부산시의회 제공
부산 강서구 생곡소각장 조성과 방산업체 풍산의 기장군 장안읍 이전 등 부산의 핵심 현안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기초단체장들이 잇따라 부산시에 반기를 들면서 전재수 부산시장의 시정 추진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원팀’을 내세워 부산 16개 구·군 가운데 7곳의 기초단체장을 탈환한 민주당이지만, 민선 9기 출범 100일도 되지 않아 시장과 같은 당 구청장·군수가 주요 현안마다 충돌하면서 시정 동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상준 강서구청장은 이날 오전 부산시청에서 부산시의 생곡소각장 조성사업 재추진 방침에 반발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지난 7일 부산시의회에서 강서구를 지역구로 둔 같은 당 강승주·정영수 시의원과 반대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별다른 오전 일정이 없는 날에는 시청을 찾아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박 구청장은 “명지소각장에 이어 또다시 대규모 폐기물 처리시설을 떠넘기려는 행정을 16만 강서구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주민의 생존권과 건강권은 어떠한 보상이나 혜택과도 맞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권리”라고 밝혔다. 이어 “정당이나 정치적 입장을 생각하기보다 강서구민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하는 자리에 있다”며 전 시장과의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센텀2지구 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의 핵심 전제인 풍산 부산사업장의 기장군 이전 문제에서도 같은 당 기초단체장이 제동을 걸었다. 우성빈 기장군수는 입장문을 내고 “주민 수용성이 확보되지 않은 풍산의 장안읍 이전 관련 절차를 중단할 것을 단호하게 요구한다”며 “풍산 이전에 따른 기장군의 피해 최소화 방안과 기장군 발전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 부산시는 기장군민에게 사과하라”고 밝혔다.
부산시는 우 군수의 반발에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풍산 이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센텀2지구 개발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하고, 이전이 늦어질수록 풍산에 지급해야 할 보상 부담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21년에도 풍산이 기장군 일광면으로 이전하는 내용의 투자의향서를 부산시에 제출했지만 오규석 전 기장군수 등의 거센 반발로 무산된 전례가 있다. 시 내부에서 당시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두 사안 모두 전 시장이 해묵은 지역 현안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혀온 사안이라는 점이다. 부산시 입장에서는 쓰레기 처리시설 확충과 센텀2지구 조성 모두 도시 전체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현안이지만, 강서구와 기장군 입장에서는 주민 반발이 직접적인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온다. 광역 행정의 논리와 기초단체의 지역 이해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구조다.
특히 민선 9기 출범 초기부터 같은 당 시장과 기초단체장 사이의 갈등이 공개적으로 표출되는 것은 민주당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전 시장과 구·군 후보들이 ‘원팀’을 강조하며 7곳의 기초단체장을 확보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지 3개월 만에 주요 현안을 놓고 각자 지역 이해관계에 따라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선거 당시 강조했던 ‘원팀 시정’에도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갈등을 제때 봉합하지 못할 경우 정치적 파장은 시정에만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생곡소각장과 풍산 이전 모두 지역 주민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른바 ‘기피시설’ 문제와 맞닿아 있다. 특히 신도시 조성으로 젊은 인구 유입이 많은 강서구와 기장군에서는 주민 여론이 향후 총선과 지방선거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해당 지역 기초단체장들로서도 지역 민심을 우선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작동하는 셈이다.
결국 전 시장에게는 같은 당 기초단체장들과의 갈등을 어떻게 조정해 해법을 찾아내느냐가 시정 리더십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시가 사업 추진만 앞세울 경우 지역 반발이 커질 수 있고, 기초단체의 반대에 밀려 주요 사업이 표류할 경우 ‘정면 돌파’를 강조한 전 시장의 행정 추진력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부산시 관계자는 “주민들을 우선시해야 하는 기초단체장의 입장이 있고, 돌발적인 사안은 아닌 만큼 채널을 열어두고 수시로 소통하며 타협점을 찾아가겠다”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