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6일 부산일보는 노후에 새로운 가족을 이뤄 생활하는 통합돌봄사업의 새로운 모델을 소개했습니다. 병들지 않고 가난하지 않아도, 큰 비용 부담 없이 대안적인 노후를 꿈꿀 수 있는 사업이라, 전국 최고 고령화 속도를 보이는 부산에서 더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두 번째로 소개된 개금동 빨래방 사례에서는 지난해 부산일보가 부산진구 산복도로인 안창마을에 설치했던 산복빨래방이 떠올랐습니다. 산복도로도 그렇지만, 철길을 사이에 두고 도심과 보이지 않는 개발의 장벽을 둔 개금동 기찻길 옆 마을은 도시가스가 들어갈 수 없는 환경이라 난방과 온수 사용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곳이랍니다.
부산시 통합돌봄사업의 일환으로 2020년 6월 연 골목빨래방 이름이 ‘누구나 때가 있다’였답니다. 이 이름을 보자마자 참 오묘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에는 보통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시간의 어떤 순간이나 부분, 또는 옷이나 몸에 묻은 더러운 먼지 따위 물질을 동시에 뜻합니다. 빨래방이라면 후자의 뜻이 우선이겠지요. 누구나 때를 갖고 있으니 여기 와서 깨끗하게 빨래하고 가시라는 뜻을 담은 이름입니다. 그런데 이번 기사의 기획이 황혼, 노후의 삶에 대한 기획이다보니 시간이나 기회로서의 '때'라는 의미에도 관심이 갑니다.
K컬처를 이끄는 글로벌 그룹 BTS는 “우리 최고의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Yet to come)”고 노래하고, 그리스에서는 객관적으로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 '크로노스'와 결정적인 기회와 타이밍을 뜻하는 '카이로스'를 구분해 표현합니다. 개발에서도 소외되고, 나이도 지긋한 어르신들이지만 그들의 때가 지나갔다고 장담할 사람이 있을까요. 저마다 사정이 있겠지만 불편과 부족을 기꺼이 감수하며 이웃과 어울려 살아가는 어르신들의 시선이라면 세속적인 ‘기회’나 ‘타이밍’과 전혀 다른 삶의 기준을 갖고 살아가실 수도 있는 일이니, 실제 그 어르신들의 때가 아직 오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행복이라는 것도 이와 같을지 모르겠습니다. 직장 생활 열심히 하고 노후를 맞이할 대부분의 평범한 초보 노인들에게 필요한 것 중에는 ‘3중 연금 안전망’ 같은 재정 대책말고도, 다른 사람이 아닌 내 기준으로 살아가기, 비교하지 말기와 같은 마음 자세도 필요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누구나 때가 있다’, 짧아 더 분주한 2월을 슬슬 마무리해야 하는 이번 주, 마음이 더 급하겠지만 이런 마음가짐으로 지내보시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나에게 아직 기회는 남았다, 내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이지요.
오늘과 내일은 반짝 추위가 찾아온다니 옷차림 잘 대비하시고, 환절기 건강 잘 챙기시길 당부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