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사업을 진행하다 땅 밑에서 유물이 나오면 발굴 조사와 연구 때문에 공사가 일정 정도 지연될 수밖에 없습니다. 부산 외곽 동부산과 서부산에 비해 개발이 더딘 원도심 주민들은 지역 발전을 위한 대규모 개발을 원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부산시가 2015년 부산항 1부두와 임시수도기념관을 잇는 대청로를 중심으로 한 원도심 지역을 역사문화관광벨트로 만들기로 하면서 시작된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 유산’의 세계유산 등재 작업이 지난해 12월 문화재청의 잠정 목록에 등재되면서 소중한 첫발을 내디뎠는데, 올해 중구청과 의회가 등재 반대 의견을 낸 데에도 보다 직접적이고 신속한 개발을 원하는 주민들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국의 사례를 보면 세계유산 관련 고용 증가율이 2011~2019년 사이 24%로 다른 경제분야 13%의 배에 가깝고, 국내 익산 미륵사터는 세계유산 등재 후 관광객 수가 7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중구의회는 세계유산 등재의 가장 큰 오브제라 할 1부두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 주변이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일 것을 우려하는데, 전문가들은 1부두를 온전히 보존하지 못하면 세계유산 등재가 불가하고, 원형을 보존하면서도 빛 축제, 캠핑, 요가 등 다양한 용도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지난해 1부두에서 펼친 2022부산비엔날레가 1부두의 역사적 상징성과 스토리 덕분에 세계 10대 전시에 선정되었다는 사례도 듭니다.
지역 활성화와 세계유산 등재가 병립할 수 없는 목표라고 생각하는 지역 주민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부산연구원이 1일 첫 전문가 토론회를 연다고 합니다. 아무쪼록 세계인에게 내놓고 뿌듯하게 자랑할 유산을 보유한 중구민의 자긍심을 고취할 정신적·실질적 해법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1부두를 최소한 부산시 등록문화재로라도 지정해야 하는데, 관할 구청이 반대해서는 한 발짝도 디딜 수 없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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