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때깔’ 좋은 영화를 좋아합니다. ‘킹스맨’은 사실 취향에 안 맞는 부분이 있었지만 때깔 하나는 기가 막혔습니다. ‘아가일’ 역시 예고편을 봤을 때는 때깔이 좋아 보입니다. 화려한 영상미를 기반으로 헨리 카빌과 존 시나가 호흡을 맞추는 웰메이드 스파이물로서 최소한 오락성 하나는 잡았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런 기대는 첫 오프닝에서는 충족됩니다. 헨리 카빌이 두아 리파를 상대로 벌이는 액션신은 컴퓨터그래픽(CG) 티가 상당히 나기는 하지만, 꽤나 박진감 넘치고 화려합니다. 배우로 변한 가수 두아 리파의 뇌쇄적인 빌런 연기가 인상적입니다. 이후 펼쳐지는 설정도 흥미진진합니다. 오프닝 장면은 사실 스파이 소설 ‘아가일’ 시리즈의 한 장면입니다. ‘아가일’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작가인 엘리(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는 유명 인사가 됐습니다. 그러나 엘리가 부모를 만나기 위해 탄 기차에서 난동이 벌어집니다. 맞은 편에 앉은 남자 승객 에이든(샘 록웰)이 엘리를 해치려고 달려드는 괴한들을 제압하고, 자신이 진짜 스파이라고 밝힙니다. 상상 속 스파이와는 달리 평범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에이든. 그는 엘리가 소설에 쓴 내용이 스파이 세계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황당한 설명을 쏟아냅니다. 믿기 어렵지만, 정말로 킬러들이 난데없이 덤벼드는 상황에서 의지할 사람은 에이든뿐입니다. 이제 엘리와 에이든은 스파이 조직의 치부를 폭로할 소설 속 ‘마스터 파일’을 실제 세상에서 찾기 위해 힘을 합칩니다. 영화는 이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관객에게 긴장감을 안기려 합니다. 문제는 그 반전이 그리 신선하거나 충격을 주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반전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지만, 극 중 반전들은 기시감이 들고 개연성도 떨어집니다. 반전이 필요 이상으로 남발되고, 그 중 몇몇은 ‘무리수’에 가까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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