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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는 무력하고, 정의는 지연되기 일쑤다. 하소연할 곳 없는 약자들은 해결사가 나타나길 꿈꾼다. 복수 대행이 유행을 타는 배경이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현실은 먼 나라 일이 아니다. 가차 없는 마피아 방식으로 정의를 실현하는 ‘빈센조’, 가톨릭 신부가 맨주먹으로 범죄 집단을 무너뜨리는 ‘열혈사제’, 피해자들이 의기투합해 힘없이 당하는 서민을 구제하는 ‘모범택시’. 최근 한국 드라마에서 한 장르를 형성한 응보주의(應報主義)는 법보다 빠른 응징을 갈망하는 대중의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이들 드라마는 극적 카타르시스를 강조하기 위해 가해자의 서사를 생략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왜 그런 악행에 이르렀는지, 그를 둘러싼 사회적 구조는 무엇인지, 교화 가능성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건너뛴다.
반면 현실에서 구제받지 못하는 피해자의 고통에 집중해 사적 처벌의 정당성을 구축한다. 악행의 교정, 교화라는 교과서적 해법을 추구하지 않는 것이다. 대신 응분의 죗값을 받는 것을 넘어서 ‘쓰레기’는 사회와 영구 격리해야 한다는 위험한 메시지까지 발신한다. ‘모범택시’에서 등장하는 사설 감옥이 극단적인 사례다. 공권력과 제도의 신뢰가 실추된 현실이 응보주의를 소재로 한 드라마를 양산한 토대라는 점은 무참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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