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졸문을 읽어주신, 혹은 읽게 될, 읽지 않거나 냄비받침으로 쓸지도 모를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이번 신춘문예에 가작으로나마 뽑힌 것은 소질이나 자질의 여부가 아닌,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운(運)이라고 하는 것이 운명(運命)에 귀속되는 이름은 아니었으면 합니다.
얼마 전에 개기월식이 있었습니다.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는 밤, 짙푸른 하늘에 떠 있는 붉은 달은 상현달의 샛노란 빛을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이질적이었습니다. 이질적이었기에 강렬했고, 이질적이었기에 허무했습니다. 하늘에 떠오른 붉은 달은 비일상의 존재였습니다.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그것은 벽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처럼 아득했고, 막연했습니다. 붉은 달을 보았을 때처럼 실감이 나질 않았습니다. 제가 쓴 글이 우수해서 뽑혔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상금을 받았으니 이제 점심을 거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 뿐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저를 지도해주신 모든 은사님, 한턱 내라고 조르는 선배와 후배들, 아들이 쓰는 글을 탐탁지 않아 하시는 아버지, 아들이 쓰는 글을 과대평가하시는 어머니, 요즘 들어 얼굴을 보기 어려운 형님, 친구, 학우, 그리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김형석 / 1988년 부산 출생.
동의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