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춘문예에 투고된 글들은 수적인 빈약함과는 별개로 질적으로 우수한 수준을 보였다. 최종심에서는 문학평론이 선택되었으나, 자꾸 뒤돌아보게 한 것은 영화평론들이었다.
'동굴의 우화'는 내러티브와 함께 카메라의 족적을 다루고 있는 '영화로운' 미덕이 돋보였으나 탈주하는 카메라의 향배를 당대적인 것과 연결하려는 노력이 아쉬웠다. 끝까지, 심지어 끝난 이후에도 선자를 괴롭게 한 글은 '메시아, 그 찰나의 강림'이었다. 이론을 풀어내고 그것을 영화의 서사에 적용하는 전 과정이 더할 수 없이 매끄러운 일품의 글쓰기이나, 영화적 발화양식을 간과했다는 것이 결정적인 흠결로 남았다. 국가를 넘어서는 찰나적 힘이 갖는 당대적 의미의 결락 또한 아쉬운 점이어서 최종단계에서 제외되었다.
'악취, 그 저항적 유토피아'는 악취라는 코드가 신선했으나 여성주의적 저항에서 모권적 유토피아로의 이행경로가 느슨하다는 점이 아쉬웠다. '신키덜트, 운명에 순응하는 오이디푸스'는 글의 형식이나 접근방식이 투박하고 성급한 면모를 보이지만 자기세대의 운명과 맞닥뜨리려는 패기가 이런 결함을 사소한 것으로 만들었다. 개인의 역량을 넘어서는 세계-괴물의 거대한 실체를 이미 알아버린 존재로 자기 세대를 좌표화하는 선 굵은 처리방식이 돋보였다. 다만, 역사의 운명화에 그칠 뿐 운명의 재역사화까지 나아가지 못함으로써 기존의 해석을 크게 뛰어넘지 못했기에 가작으로 결정되었다. 당선을 축하하며 건투를 빈다. 심사위원 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