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구 박사의 글로벌 時事 펀치] `핵 없는 세상'을 꿈꾸자

입력 : 2016-03-28 12:08:40 수정 : 2016-03-28 17: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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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괴멸' 가공할 핵무기

인류 역사상 핵무기가 사용된 것은 1945년 8월 6일과 9일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1945년 12월말까지 히로시마시 인구(약 35만 명)의 40%인 14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될 뿐 아직까지도 정확하게는 알지 못한다.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무기는 TNT 1만2천500톤 규모였다. 미 국방부는 이것의 80배인 1메가톤의 수소폭탄이 대낮 뉴욕 중심가 상공에서 폭발했을 때의 피해규모를 시뮬레이션한 적이 있다. 핵폭발로 반경 7㎞내에서는 절반이 죽을 것이며, 화재와 죽음의 재로 불리는 낙진으로 뉴욕 전체를 포함한 반경 15㎞ 지역이 괴멸될 것으로 예측했다.(今井隆吉,『科學と外交』, 中央公論社, 1994, p.48)

가장 사람들이 왕성하게 활동할 정오에 서울 세종로 사거리 상공에서 핵무기가 폭발했다고 가정해보자. 청와대와 정부서울청사를 비롯한 국가 중추기관은 물론 서울과 주변 도시들은 초토화될 것이다. 

2014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4차 핵실험은 `루비콘 강을 건너는 것'이며, 동북아시아에서 핵도미노라는 `엄청난 파장'(huge impact)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한 적이 있다.(Wall Street Journal, 29 May 2014)

북한은 지난 1월 6일 `수소(폭)탄 시험'을 강행했음에도 핵 실험 후의 박 대통령의 태도는 비교적 차분했다. 박 대통령은 1월 13일의 기자회견에서 일부에서 제기하는 전술핵 보유 주장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표시하면서도 "꼭 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선을 그었다. 미국의 핵우산 제공과 국제사회와의 약속이 그 이유였다.

■ 프라하에서 워싱턴, `핵 없는 세상'

"핵보유국으로서 핵무기를 사용한 유일한 국가로서 미국은 (핵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할 도의적(moral) 책임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노벨 평화상을 가져다준 2009년의 프라하 연설의 일부다. 국가 간의 핵전쟁보다 핵테러를 현실적 위협으로 규정한 오바마는 `핵 없는 세상' 구축을 위해서는 종래의 핵확산 방지와 핵군축 이외에 취약한 핵물질의 안전 확보가 중요하다면서 핵안보 정상회의의 개최를 제창했다.

그의 이니셔티브에 의해 2010년 첫 번째 회의가 워싱턴에서 열렸으며, 오는 31일과 4월 1일 다시 워싱턴에서 4차 회의가 열린다. 작년 이란과의 핵협상이 마무리되어 최대 관심사는 북한 핵문제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미중 간의 패권경쟁에 더해 유엔안보리 결의 채택 과정에서 한미일과 중러가 온도차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싸고도 한미와 미중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획기적인 성과를 도출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아가 불평등한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를 둘러싸고 핵보유국과 비핵국가 사이에 입장차가 큰 데다 오바마 대통령 임기가 내년 1월 끝나는 것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핵전쟁은 승자 없는 '공멸의 길'

핵안보 정상회의와 별도로 추진될 정상회담은 우리 입장을 국제사회에 전달할 기회로 활용되어야 한다. 첫째, 한국은 `핵 없는 세상'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둘째,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는 유지되어야 하며, 핵보유국들은 핵무기를 감축하고 이를 위한 교섭을 (비핵국가로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셋째, 대북 제재와 엄격한 이행은 필요하지만 북한과의 대화의 문은 닫혀있지 않다. 넷째, 한국은 미국과 중국이 전략핵문제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을 환영하며, 사드와 관련해 미중이 대화를 통해 상대방 입장을 확인하길 바란다. 다섯째, 일본 언론을 통해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이 보도되고 있는데, 만약 성사된다면 정상회담에서는 12.28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아베 총리가 직접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 남북은 상대방 최고지도자의 참수와 제거, 격멸이라는 험악한 말까지 주고받고 있다. 전쟁은 남북공멸의 길이다. 핵전쟁에서는 승리자가 없다. 북한은 프라하 연설 8시간 전에 인공위성을 탑재한 로켓을 발사해 오바마를 강경하게 만들었던 악몽의 데자뷰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조진구(도쿄대학 법학박사, 국제정치 전공, 고려대 글로벌일본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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