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게임기업 넥슨이 진경준 검사장에 대한 주식로비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불길이 이 회사 게임 타이틀로 자연스레 번졌다. 서비스 11주년을 기념해 준비중이던 '던전앤파이터' 미디어 행사를 행사 나흘 전인 10일 부랴부랴 취소하고 몸 사리기에 들어선 모양새다.
넥슨이 사전에 잡혔던 행사를 취소하기는 2011년 11월 '메이플스토리'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터진 이후 처음이다. 당시 넥슨은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던전앤파이터' 업데이트 콘텐츠 발표 미디어 간담회를 이틀 전에 취소하고, 긴급 사과 기자회견을 가졌었다.
10일 넥슨 등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오는 14일로 예정됐던 '던전앤파이터' 미디어 간담회를 이날 전격 취소했다. 넥슨은 이날 자리에서 '던전앤파이터'의 향후 10년을 준비하는 비전을 발표하고, 이 게임 지적재산권(IP)를 기반으로 한 문화활동 등 다양한 콘텐츠를 공개할 예정이었다.
공식적인 행사 취소 사유는 '회사 내부 사정' 때문이다. 올해 초부터 꾸준히 문제가 제기돼왔던 진경준 검사장의 주식 매입 과정에 넥슨이 자금을 빌려줬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지면서 새 국면에 돌입, 현 상황에서 적극적인 홍보활동이 회사 이미지에 부정적 인식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이달 말로 잠정 확정됐던 올 하반기 라인업 발표 행사도 이번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지 부득이하게 미뤄질 전망이다.
당장 이달 테스트 예정인 신작게임 '다이스오브소울', '삼국지조조전 온라인', '퀴즈퀴즈' 등도 잔뜩 몸을 사리고 있다. 오랜기간 준비했던 만큼 아쉬움도 크지만, 올 초 A게임사의 B게임이 일베 논란으로 게임 론칭과 동시에 서비스 위기에 직면했던 선례를 반면교사 삼아 최대한 조용하게 이 시기를 버텨보자는 게 내부 분위기다.
다만 게임 이용자들 대상으로 매주 주말 운용하던 '피파온라인3 아디다스 챔피언십' 등 각종 e스포츠 경기는 예정대로 진행된다.
한편 검찰은 조만간 이번 김정준 넥슨 주식 사건과 관련해 조만간 김정주 넥슨 창업주를 비롯해 주식 매매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인사들을 소환해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류세나 기자 cream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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