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가 처음으로 정식 종목이 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LoL) 한국 국가대표가 '무실세트' 전승 우승을 일궈내며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페이커' 이상혁을 비롯한 6명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땀으로써 병역 혜택까지 받게 됐다.
아시안게임 남성 금메달리스트라면 모두 병역 혜택을 받지만, LoL 대표팀을 향한 팬들의 시각은 더욱 특별하다. LoL이 한국 청소년 대다수가 즐기는 '종목'이기 때문에 더 대단하게 생각하고 더 부러워 하는 것.
연합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30일 중국 항저우 그랜드 뉴 센추리 호텔에 마련된 대한체육회 스포츠외교라운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도 이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LoL 대표팀을 콕 찍어 '군대에 가게 된 청년들에게 한 말씀을 부탁한다'는 다소 짓궂은 질문에 '페이커' 이상혁(T1)은 이번 대회에서 큰 공을 세운 '쵸비' 정지훈(22·젠지)을 바라봤고 정지훈이 마이크를 들었다.
정지훈은 "저희가 병역 혜택이 있는데,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나서 감사합니다. 군대에 가는 분들이 존경스럽다. 가서 잘 생활하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과연 e스포츠가 스포츠인가?'라는 질문에는 세계적인 '슈퍼스타' 이상혁이 답을 했다.
그는 "몸을 움직여서 활동하는 게 기존의 스포츠 관념인데, 그것보다 중요한 건 경기를 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많은 분께 좋은 영향을 끼치고, 경쟁하는 모습이 영감을 일으킨다면, 그게 스포츠로서 가장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한다"면서 "금메달을 따는 모습이 많은 분께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혁은 감기와 몸살로 결승에 나오지는 못했다. 김정균 감독은 "목표는 금메달이다. (팬들의 바람과 같은) 외부적인 부분은 아예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고 이상혁 대신 정지훈을 결승에 내보냈다.
이상혁은 전날 LoL 결승전에서 대만에 세트 점수 2-0으로 승리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결승전에) 출전해서 우승했다면 가장 좋았겠지만, 팀으로서는 내가 출전하지 않아도 승리할 수 있는, 그런 저력이 있다는 데에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쵸비 선수가 굉장히 잘해서 우리가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우승했다. 선발에 대해서는 감독님이 증명을 잘하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기 전 동료들에게 어떤 말을 해줬느냐는 질문에 이상혁은 "내 조언이 필요 없을 정도로 너무 잘해서 그저 응원의 말 정도만 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크게 기여하지 않아도 다들 잘해주는 팀원들이 있었기에 우승한 것 같다"고 동료를 향한 고마운 마음을 거듭 표현했다.
박정미 부산닷컴기자 like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