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안에서 성장 기회와 영업 기회를 포착하겠다”
BNK금융그룹(이하 BNK)이 자본으로 무장한 시중은행과 기술력의 인터넷은행에 맞서 ‘지역 중심’을 향후 실적 개선 전략으로 내세워 금융권의 이목이 쏠린다. 다른 지역 금융지주의 경우 시중은행 전환 등을 통해 수도권 공략에 나서는 것과 대조적 행보다. 은행권에서는 BNK의 지역 공략 전략이 내부 출신 인사인 빈대인 회장의 경영 철학에서 나온 ‘승부수’로 분석한다.
지난달 30일 열린 BNK 실적 발표 설명회에서 권재중 그룹재무부문 부사장은 부울경 중심의 성장이라는 말로 향후 BNK의 경영 전략을 설명했다. 권 CFO는 “지역 경제가 어려운 환경은 맞고, 전체 경제와 비교해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 것도 맞다”며 “다만 그것과 영업 기회는 다른데, 부울경 안에서 성장 기회와 영업 기회를 포착해 상품과 서비스에서 대출 편향을 벗어나면 기회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BNK가 향후 성장 전략으로 지역을 꼽는 데는 BNK가 처한 현실에 대한 고민이 녹아 있다. 3분기 BNK IR 자료에 따르면 부산 지역에서 부산은행의 대출 잔액은 지난 7월 기준 157조 원으로 부산 지역 전체 대출금의 27.9%다. 경남, 울산에서는 6.2%에 그친다. 경남은행의 경우도 같은 기간 경남 지역 대출액이 95조 원으로 27%대다.
지역 내 예금 실적을 보면 부산 지역에서 부산은행은 33.51%이고 경남에서 경남은행은 31.37%다. 대출과 예금 모두 점유율이 30%대에 정체돼 있다. BNK는 “지역 내에서도 BNK가 공격적으로 영업할 만한 분야가 많이 있다”는 자체 진단을 내놓고 있다.
이같은 BNK의 행보는 타 지역은행의 ‘전국화’ 전략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올해 들어 DGB금융그룹 대구은행이 iM뱅크로 이름을 바꾸고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며 전국 공략을 선언했다. JB금융그룹은 토스뱅크와 손잡고 전국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BNK의 전략에는 빈대인 회장의 지역 중심주의가 깔려있다. 빈 회장은 취임 후 첫 조직 개편에서 그룹미래디지털혁신부문에 지역특화사업팀을 신설했다. 지역산업 특화 금융 그룹으로 그룹의 미래 방향성을 잡은 것이다. 그룹 내 지역 관련 사회 공헌, 사업 등을 지휘하는 지역상생발전위원회도 빈 회장이 총괄하고 있다. 그룹 내부 출신으로 수 십년 BNK를 겪어온 빈 회장이 ‘BNK는 부울경에서 잘해야 다른 지역에서도 잘할 수 있다’는 경영 철학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BNK는 하반기와 내년 지역기반 핵심 산업인 조선, 항공, 물류 산업과 가덕신공항 건설을 비롯한 지역 SOC 산업에 금융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해양, 항공, 물류 산업 금융은 국내 여신 시장 규모가 약 200조 원 수준인데, 현재 BNK의 여신액은 4조 원대로 2% 수준에 불과하다.
빈 회장은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BNK는 성장 위주의 달리기에 집중했다”며 “같은 기간 동안 지역 경제는 침체돼왔는데, 이제는 BNK가 더욱 내실을 다져 부울경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